'전문변호사'도 인증 시대 … 내년부터 차별서비스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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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변호사(36·여)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가정의학 전문의 자격증까지 딴 뒤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김 변호사는 전공을 살려 의료분쟁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전문변호사'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없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1월 전문변호사 제도 시행
김 변호사처럼 현재 많은 변호사들이 특허 세무 의료 등 자신만의 분야를 특화해 활동 중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을 '특허전문변호사' '의료전문변호사' 등으로 광고할 수 없다.
현재 전문변호사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한 분야만 파고들어 전문적 지식을 쌓은 변호사나 여러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나 모두 같은 '변호사'일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전문변호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변호사제도란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에게 그 자격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캐나다가 전문변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호주 일본 등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행 변호사업무 광고 규정에 따르면 '전문,최고,최초' 등의 수식어를 광고에 사용할 수 없지만 전문변호사제도가 도입된다면 '전문'이란 용어를 변호사 광고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현호 대한변협 교육이사는 "전문의 제도가 있는 의사처럼 변호사도 자신만의 분야를 특성화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는 충분히 돼 있으며 내년 1월 총회에서 승인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승인을 얻는다면 그 달부터라도 전문변호사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 신 이사의 설명.
○특허 세무분야 전문변호사가 1순위
변협은 인증제 형태로 전문변호사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시킨 변호사에게 변협에서 '전문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변협에서 고려하고 있는 인증 기준에는 실무경험(특정 분야 사건의 수임 건수,일정 시간 이상의 업무 경험 등),전문분야 교육 이수 시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변호사제도가 가장 활성화돼 있다고 평가받는 독일의 경우 분야별로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파산전문변호사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최소 60건 이상의 사건을,행정법전문변호사의 경우 최소 80건 이상의 사건을 각각 처리해야 한다는 식이다.
또한 전문변호사 신청 이후 4년 이내에 40시간 정도의 전문교육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18개 주(州)에서 전문변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뉴멕시코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실무경험과 교육과목 이수 외에 별도의 시험을 치르도록 돼 있다.
영국은 분야에 따라 심사위원 인터뷰나 논문 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신 이사는 "몇 건의 사건을 수임해야 하고,얼마 동안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등의 세부사항은 아직 의견 조율 중이다. 독일처럼 분야별로 소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기준에 따라 전문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많은 변호사들이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특허와 세무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전문변호사제도를 도입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도입 앞두고 찬반 양론 팽팽
전문변호사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변호사제도가 시행되면 전문변호사 인증을 받지 못한 변호사들은 자칫 '비전문가'로 비쳐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입장이다.
서초동에서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단순 기술직이 아니라 가치 판단을 내리는 변호사란 직업에 전문가와 비전문가란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젊은 변호사의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나이가 들어 재교육이 여의치 않은 여러 선배 변호사들은 이 제도로 인해 도태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문변호사제도 도입은 결국 수임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인 도두형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전문변호사제도 도입 이후 전문변호사 수임료는 올라갔지만 반대로 일반변호사 수임료는 낮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 유사법조직역과 경쟁해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전문변호사제도 도입이 경쟁력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가정의학 전문의 자격증까지 딴 뒤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김 변호사는 전공을 살려 의료분쟁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전문변호사'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없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1월 전문변호사 제도 시행
김 변호사처럼 현재 많은 변호사들이 특허 세무 의료 등 자신만의 분야를 특화해 활동 중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을 '특허전문변호사' '의료전문변호사' 등으로 광고할 수 없다.
현재 전문변호사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한 분야만 파고들어 전문적 지식을 쌓은 변호사나 여러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나 모두 같은 '변호사'일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전문변호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변호사제도란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에게 그 자격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캐나다가 전문변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호주 일본 등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행 변호사업무 광고 규정에 따르면 '전문,최고,최초' 등의 수식어를 광고에 사용할 수 없지만 전문변호사제도가 도입된다면 '전문'이란 용어를 변호사 광고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현호 대한변협 교육이사는 "전문의 제도가 있는 의사처럼 변호사도 자신만의 분야를 특성화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는 충분히 돼 있으며 내년 1월 총회에서 승인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승인을 얻는다면 그 달부터라도 전문변호사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 신 이사의 설명.
○특허 세무분야 전문변호사가 1순위
변협은 인증제 형태로 전문변호사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시킨 변호사에게 변협에서 '전문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변협에서 고려하고 있는 인증 기준에는 실무경험(특정 분야 사건의 수임 건수,일정 시간 이상의 업무 경험 등),전문분야 교육 이수 시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변호사제도가 가장 활성화돼 있다고 평가받는 독일의 경우 분야별로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파산전문변호사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최소 60건 이상의 사건을,행정법전문변호사의 경우 최소 80건 이상의 사건을 각각 처리해야 한다는 식이다.
또한 전문변호사 신청 이후 4년 이내에 40시간 정도의 전문교육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18개 주(州)에서 전문변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뉴멕시코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실무경험과 교육과목 이수 외에 별도의 시험을 치르도록 돼 있다.
영국은 분야에 따라 심사위원 인터뷰나 논문 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신 이사는 "몇 건의 사건을 수임해야 하고,얼마 동안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등의 세부사항은 아직 의견 조율 중이다. 독일처럼 분야별로 소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기준에 따라 전문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많은 변호사들이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특허와 세무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전문변호사제도를 도입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도입 앞두고 찬반 양론 팽팽
전문변호사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변호사제도가 시행되면 전문변호사 인증을 받지 못한 변호사들은 자칫 '비전문가'로 비쳐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입장이다.
서초동에서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단순 기술직이 아니라 가치 판단을 내리는 변호사란 직업에 전문가와 비전문가란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젊은 변호사의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나이가 들어 재교육이 여의치 않은 여러 선배 변호사들은 이 제도로 인해 도태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문변호사제도 도입은 결국 수임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인 도두형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전문변호사제도 도입 이후 전문변호사 수임료는 올라갔지만 반대로 일반변호사 수임료는 낮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 유사법조직역과 경쟁해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전문변호사제도 도입이 경쟁력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