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플라스틱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황문성(44) GE플라스틱스코리아 사장은 '도전'이란 말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GE맨이다.

고려대 화공과 82학번인 황문성 사장은 자신의 직급에 맡겨진 업무 뿐만 아니라 그 외의 회사 일까지 도맡아 한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성실성을 인정받은 결과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GE코리아 계열사 가운데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황 사장은 부산 태생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서 자랐으며 부친의 사업이 중학교 시절부터 내리막을 걸어 학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바이올린도 배우고 했는데 중학교 때부터 부친 사업이 좋지 않아 대학 때까지 내가 알아서 개척해야 하는 시절이었다"면서 "나는 4형제 중에 막내라 그나마 다행히 형들을 보면서 비뚤어지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릴적 꿈이 특파원이었다는 황 사장은 "친구들은 소방관, 의사, 판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뭔가 멀리 나가서 새로운 것을 보고 도전해보고 싶은 열망이 가득해 특파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면서 "결국 특파원은 되지 못했지만 전세계를 누비니 절반은 꿈이 이뤄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도전정신에 불을 지핀 시기는 이대부중을 다니던 중학교 때였다.

황 사장은 "당시 특성화 중학교라서 중학교 생활은 항상 내게 상상력을 가져다줬다"면서 "예를 들어 국어에서 희곡을 하면 반 친구들이 같이 연극을 했고 합창대회도 했으며 학생끼리 나눠 모의 유엔회의도 하는 등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황 사장은 앞으로 기술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과를 선택했고 대입을 앞두고는 기본적인 기술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영어로 대화하고 사회를 연구하는 '파이오니어'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조직 구성의 방법을 알았고 병역 특례로 효성에서 5년동안 일하면서 기술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키웠다.

그는 "병역 특례로 효성에서 근무하면서 기술을 많이 배워 이제는 고객 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삼성종합화학에 세일즈 마케팅 부문으로 입사했다"면서 "당시 모래바람이 날리던 대산단지의 공장 건설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 사장은 더 큰 무대가 그리웠다고 한다.

그는 "삼성종합화학도 좋은 회사였지만 글로벌화된 곳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GE쪽에서 영입 제의가 와서 결단하게됐다"면서 "90년대 당시만 해도 글로벌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 시절이라 내게도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도전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GE플라스틱스코리아 사장에 오르며 성공 대열에 진입한 황 사장은 지난해 매출 2천억원을 달성한 비결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고객이 있으며 고객이 어떻게 성장하려고 하는지를 알아야한다"면서 "사람들이 고객을 말하지만 정작 고객을 깊이 알고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같은 사업 방식은 자녀 교육에도 투영돼있다.

외동딸을 두고 있는 황 사장은 딸이 미술 쪽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해 자신이 직접 서양미술사 책도 보고 미술전시회를 찾기도 하면서 자녀의 눈높이와 관심에 맞추는 방식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황 사장에게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그는 "지난 삶에서 조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새로운 분야 또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 한번 정도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 등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 그는 아쉬움이 많다.

황 사장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면서 "안정된 직장은 경쟁이 적으며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가 적어져 결과적으로 도태하게된다"고 말했다.

'항상 배우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현재 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니며 배움을 중간에 중지하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면서 "물이 고여있으면 썩듯이 도전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성공의 첩경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