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말로만 脫권위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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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孝鍾 < 서울대 교수·정치학 >
주역을 보면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정상까지 오른 용은 후회할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한국의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용이다. 그것도 물속에 있는 '잠룡(潛龍)'도 아니고 산속에 누워 있는 '와룡(臥龍)'도 아니며,오로지 하늘로 승천한 '비룡(飛龍)'이다. 제왕(帝王)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사람들이 서슴지 않고 "용났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돼 최고의 권좌에 오르면 찬란함과 인기도 잠시일 뿐 온갖 골치아픈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여론의 요동이나 인기의 부침은 얼마나 심한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비판과 주목의 대상이다. 더구나 지지율이 10%대의 바닥을 헤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지금 '항룡유회'의 비애를 곱씹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해도 지켜야 할 금도나 공직자의 윤리가 있다. 공직이란 자신의 자아실현이 아니라 국민들을 대변(代辯)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변'은 자신의 소신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가치관을 관철(貫徹)해야 할 책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누구를 대변하고 있나. 5·31지방선거에서도 패하고 또 각종 보궐선거에서도 패했으면,그동안 대변을 잘 못했구나 하며 무엇인가 성찰(省察)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최근 개각에서도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라는 민심이 있다면 그것을 반영해야 한다. 과거에는 민심을 알기 위해 임금이 잠행(潛行)을 했지만,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다 나타나기 때문이다.
청와대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노 대통령이 권위주의는 확실히 없앴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사태를 보면 어떻게 권위주의를 없앴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권위주의란 사람들의 일리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듣지 않고 권위로 밀어붙이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사람들이 '드림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는데,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비(非)드림팀'을 만들었다면,그것이 권위주의이다.
노무현 정부는 뭐니뭐니해도 핵문제와 부동산 문제에서 뼈아픈 실패를 했다. "남북문제만 잘되면 다른 문제에서는 깽판쳐도 된다"고 했는데,북한이 덜컥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했으니,사람들이 포용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용정책은 차기정권도 변경할 수 없으리라고 강변한다면,바로 그것이 권위주의다.
하기야 이 정부에서 헌법처럼 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바로 부동산 문제가 그렇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부지기수다. 그 결과 중과세 위주의 정책을 남발했는데,부동산은 어느 정권 때보다도 오르고 있는 기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강남사람들과의 '전투'에서는 이겼을지 모르나 '전쟁'에는 졌다. 그런데도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코 실패가 아니며,그 효과는 몇 년 후에 나타나리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책임회피용 발언일 뿐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강변하면 그것이 권위주의가 되는 것이지,권위주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탈(脫)권위주의란 '오기'가 없어야 하고 '원한'이 없어야 하며 또 무오류를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 염치를 아는 것,바로 그것이 탈권위주의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이 '무치(無恥)'라고 불렀던 것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임금은 어떠한 일을 해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포용정책도,실패한 부동산정책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정부가 강변(强辯)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권위주의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바로 그 점이 알고 싶은 것이다.
주역을 보면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정상까지 오른 용은 후회할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한국의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용이다. 그것도 물속에 있는 '잠룡(潛龍)'도 아니고 산속에 누워 있는 '와룡(臥龍)'도 아니며,오로지 하늘로 승천한 '비룡(飛龍)'이다. 제왕(帝王)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사람들이 서슴지 않고 "용났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돼 최고의 권좌에 오르면 찬란함과 인기도 잠시일 뿐 온갖 골치아픈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여론의 요동이나 인기의 부침은 얼마나 심한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비판과 주목의 대상이다. 더구나 지지율이 10%대의 바닥을 헤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지금 '항룡유회'의 비애를 곱씹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해도 지켜야 할 금도나 공직자의 윤리가 있다. 공직이란 자신의 자아실현이 아니라 국민들을 대변(代辯)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변'은 자신의 소신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가치관을 관철(貫徹)해야 할 책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누구를 대변하고 있나. 5·31지방선거에서도 패하고 또 각종 보궐선거에서도 패했으면,그동안 대변을 잘 못했구나 하며 무엇인가 성찰(省察)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최근 개각에서도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라는 민심이 있다면 그것을 반영해야 한다. 과거에는 민심을 알기 위해 임금이 잠행(潛行)을 했지만,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다 나타나기 때문이다.
청와대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노 대통령이 권위주의는 확실히 없앴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사태를 보면 어떻게 권위주의를 없앴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권위주의란 사람들의 일리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듣지 않고 권위로 밀어붙이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사람들이 '드림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는데,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비(非)드림팀'을 만들었다면,그것이 권위주의이다.
노무현 정부는 뭐니뭐니해도 핵문제와 부동산 문제에서 뼈아픈 실패를 했다. "남북문제만 잘되면 다른 문제에서는 깽판쳐도 된다"고 했는데,북한이 덜컥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했으니,사람들이 포용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용정책은 차기정권도 변경할 수 없으리라고 강변한다면,바로 그것이 권위주의다.
하기야 이 정부에서 헌법처럼 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바로 부동산 문제가 그렇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부지기수다. 그 결과 중과세 위주의 정책을 남발했는데,부동산은 어느 정권 때보다도 오르고 있는 기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강남사람들과의 '전투'에서는 이겼을지 모르나 '전쟁'에는 졌다. 그런데도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코 실패가 아니며,그 효과는 몇 년 후에 나타나리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책임회피용 발언일 뿐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강변하면 그것이 권위주의가 되는 것이지,권위주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탈(脫)권위주의란 '오기'가 없어야 하고 '원한'이 없어야 하며 또 무오류를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 염치를 아는 것,바로 그것이 탈권위주의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이 '무치(無恥)'라고 불렀던 것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임금은 어떠한 일을 해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포용정책도,실패한 부동산정책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정부가 강변(强辯)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권위주의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바로 그 점이 알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