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덕씨(40)는 1998년 서울 평창동에 있는 화랑 대표의 권유로 극사실주의 작가 고영훈씨의 작품 '스톤 북(106×72cm)'을 1500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미술 시장이 침체돼 있던 데다 그림 투자에 생소했던 김씨가 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작품은 지난 2월 열린 서울옥션의 100회 경매에서 추정가 40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 8800만원에 팔렸다.

김씨는 작품을 8년 동안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면서 '덤'으로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회계사 김헌성씨(38)는 2004년에 이정웅씨 작품 '붓(116×90cm)' 시리즈 한 점을 600만원에 구입,보관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요즘 이씨의 같은 크기 그림이 12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2년여 만에 2배의 수익이 난 셈이다.

미술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기존 컬렉터뿐만 아니라 중산층·일반 직장인들까지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술 시장이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매 시장에서 불이 붙은 미술계 활기가 상업화랑을 비롯해 아트페어까지 옮겨 붙는 양상이다.

미술품 경매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옥션과 K옥션 등 양대 경매회사의 올 1~9월 매출액은 총 410억원(서울옥션 218억원,K옥션 19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작년 150억원에 비하면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낙찰률에서는 K옥션이 올 평균 81.5%,서울옥션이 70% 선을 유지했다.

국내 아트페어 역시 풍작을 이뤘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비롯해 화랑미술제,한국현대미술제,서울국제판화미술페스티벌,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 등 국내 6대 아트페어의 총 관람객 수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고 약 145억7300만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판매 실적은 2.2배,관람객은 2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전시회가 쏟아지면서 상업화랑과 미술관 전시도 처음으로 총 1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술 시장이 이처럼 활기를 띠면서 '아트 파생상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 표화랑과 굿모닝신한증권이 75억원 규모의 아트 펀드 상품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데 이어 한국미술투자도 조만간 100억원 규모의 아트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해외 작가들을 지원하는 대신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 형식의 미술품 투자 모임도 생겼다.

여기에다 개인이나 기업이 미술품을 국공립·사립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증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