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했던 가을 더위도 이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징그럽게 덥더니만 이제 좀 살 것 같은데 정작 집에 있는 중년이 된 남편의 기분이 우울하다. 방에 있던 달력을 뜯어내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까? 남성들도 갱년기가 있다더니 그런 건가? 남편이 갑자기 잠자리에 관심이 없어지고 심지어 두려워하며 유난히 기력이 없어 보인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갱년기는 여성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폐경과 동시에 급격한 노화 과정을 겪는 여성과 달리 나타나는 시기도 늦고 서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겪는 것이 다르며 모든 남성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나지도 않는다. 남성 갱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남성 호르몬을 중심으로 한 내분비계의 변화가 주 역할을 하는데,테스토스테론은 중년이 되면 매년 1%씩 감소하고 성장 호르몬도 사춘기 이후 10년에 14%씩 떨어지고 그 외 각종 호르몬들도 점점 줄어든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에는 '40세에는 신장의 기운이 쇠하여 머리털이 빠지고 이가 마르고 48세에는 양기가 상부에서 쇠하여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털이 반백이 되며, 56세에는 간의 기운이 쇠하여 근육을 움직일 수 없고, 64세에는 천계가 다하여 정(精)이 줄어들고 신장이 쇠해져서 형체가 모두 극에 이르며 치아와 머리칼이 없어진다'고 남성의 노화를 설명하고 있다.

갱년기의 대표적 증상은 성욕이 감퇴하고 발기력이 저하되며 사정액도 줄어든다. 기분 변화가 급격해지고 쉽게 실망하고 쉽게 화를 내며 불안 초조하고 삶에 대한 활력이 떨어지고 만족감과 행복감도 줄어든다. 쉽게 피로하며 지적 능력,집중력,암기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하고 골밀도 감소,내장 지방 증가로 아랫배가 나오고 근육량과 근력 감소,겨드랑이 털과 음모가 줄어든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이자 뛰어난 조각가 피그말리온(Pygmalion)은 여자의 결점을 너무 많이 봐 와 여성을 혐오하며 독신으로 지냈다. 어느 날 상아로 처녀를 조각하였는데,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 감탄한 나머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조각상을 끌어안기도 하고 옷을 입히고 반지와 목걸이와 귀고리를 달아 주었다. 그러던 중 키프로스 섬에서 아프로디테의 제전이 호화롭게 거행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신들에게 '상아 처녀와 같은 여인을 아내로 주십시오'라고 소원을 말하자 아프로디테는 그의 참뜻을 알고 이를 허락하였다. 조각상의 입술에 온기가 돌아 피그말리온은 기뻐하며 착각이 아닐까 조바심하면서 사랑으로 여러 번 희망을 갖고 손을 대 보니 분명 살아 있어 비로소 여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처녀의 입술에 입술을 갖다 대자 처녀는 얼굴을 붉혔다. 아프로디테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해 주었고 이 결합으로 아들 파포스가 탄생했다.

심리학에서는 칭찬하면 칭찬할수록 더욱 더 잘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라고 한다.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여 그렇게 된다는 것. 남편들이 갱년기 증상에 둘러싸여 헤어나지 못할 때 아내가 할 일은 딱 하나.

"당신 참 멋지네. 요즘 왜 그렇게 달라지는 거야? 가을 타는 거 아냐?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당신 혹시 나 몰래 사랑에 빠진 거 아냐? 아무래도 이상하네. 빨리 고백해."

사실 가당치도 않은 얘기이지만 그러면 좀 어떠랴. 콧구멍 벌렁대면서 싱긋이 웃으면서 바로 되돌아오는 메아리….

"싱거운 사람, 내가 그럴 리가 있어? 난 그저 당신밖에 없다구…. 알잖아? 오늘 저녁에 파포스 같은 막내 하나 만들어 볼까?"

"으이그,으이그." 간지럽게 때리는 시늉만 하면서 속으로는 '치켜 주면 저 꼴 보기 싫대니까. 얼굴도 퍼석퍼석한 게 못봐 주겠구만, 영양 팩이라도 해 줘야겠네. 막내까지도 안 바래. 기운 좀 차려 줘,여봉….'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