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지인에게서 요즘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책이라며 일본 만화책을 건네 받았다.

와인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인데 여간 흥미롭지가 않다.

바로 '신의 물방울'이다.

이 책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가끔은 이 책을 두고 의견을 나누기까지 한다.

그러다 발견한 사실 한 가지.이 만화책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졌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신의 물방울'에서 언급된 와인 평가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100%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 자신도 만화책을 보면서 와인을 묘사한 정교성에 빠져들었다.

와인 맛에 대한 표현력은 높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일반 사람들이 재미 있고 친숙하게 와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와인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점에도 이의가 없다.

이 책은 일반 와인 서적에서 발견되는 외우기식 와인 지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스토리와 함께 와인을 묘사함으로써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와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

샤토(Chateau)가 무엇이고 메독(Medoc)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와인이라는 세상을 소개해 줬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언급한 와인 묘사를 읽으면서 와인이라는 것이 모든 이에게 같은 맛으로 다가온다는 잘못된 믿음을 전달해 주는 것은 아닌지 싶어 걱정이 된다.

개인에 따라 와인의 맛과 의미는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샤토 마고 와인을 마신 다음 '신의 물방울'에서 설명했던 느낌이 자신에게 없었다며 와인 평가가 잘못 됐다고 생각하면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개인의 입맛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똑같은 표현으로 서술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조금 추상적으로 의미를 표현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경험과 입맛을 바탕으로 자신의 고유한 맛을 찾아내도록 노력해 보자.

원론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책에서 언급된 와인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와인 문화 발전의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만화책에서 좋게 평가한 와인이기에 맛있을 것이고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믿는 것을 자주 보았다.

'신의 물방울'은 와인 이야기이다.

수많은 종류의 와인을 설명하고 비하인드 스토리와 와인 맛을 표현하는 기술까지도 알려 주는 유익한 책이다.

초보자뿐만 아니라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봄직하다.

그러나 그 책을 비판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같이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