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발바오는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탄광마을에 불과했지만 이 마을은 1997년부터 국제적 관심을 받는 곳으로 거듭났다.

바로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긴 것이다.

이 조그마한 마을에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관광수입도 2억6000만달러에 이른다.

산업 기반 확대와 인력의 재고용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문화적 자산의 폭발적인 증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발바오의 성공에는 선견지명을 가진 리더그룹의 적절한 판단이 기본이 됐겠지만 무엇보다 미술의 대중화가 전제됐었다.

미술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에 불과했다면 관심은 고사하고 빚더미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근래 들어 미술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호황을 누리고 있고 대중화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에게 미술은 난해한 것이고 관심 밖의 일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미술의 심미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은 아니다.

경제적인 마인드로 바라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술이 예술에서만 그치지 않고 경제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주체로 거듭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미술품의 투자가치를 인식한 사람들은 아트재테크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업들 역시 너도나도 미술을 접목시킨 문화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높은 이해는 발바오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인 부를 창출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아랍국가들은 석유가 펑펑 쏟아져 높은 GNP를 유지하지만 나라 전체가 예술인 프랑스는 석유가 없어도 많은 돈을 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그림을 보는 법을 배우면 된다.

추상화가 많아 어렵다고?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무작정 미술이 난해하다고 하는 선입관을 떨쳐야 한다.

나도 작품을 볼 때 추상적인 작품의 모든 의미를 다 알아내겠다며 보는 것은 아니다.

어느 때는 알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어떤 예술이 완벽한 이해가 가능하겠는가.

추상화를 볼 때 작품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느껴라.그저 넓은 바다를 바라보거나 가을 하늘을 쳐다보듯이 말이다.

가을 하늘을 보는 데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의 배합을 따져보지 않듯이.넥타이와 치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추상화를 우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도 아름답다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마음에 들고 그렇지 않고를 구분하는 눈은 이미 갖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을 대하고 느낀다면 훌륭한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우리가 미술을 이해하는 눈이 커지고 대중화되면 발바오의 기적도 그리 먼 일만은 아닐 것이다.

표화랑 표미선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