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은 무역회사에 다니는 K씨는 며칠 전부터 기분이 들뜨고 말이 많아졌다. 잠도 자지 않고 일에 파묻혀 지낸다. 급기야 대기업을 창업하겠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니며 빚까지 얻어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말려도 "내 앞길을 막지 말라"며 화를 낸다.


#2. 건설회사에 다니는 P씨는 최근 별다른 이유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입맛마저 없다. 병원에 가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세상에서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종종 하며,자살 충동까지 느낀다.


[건강한 인생] 들떴다‥우울했다‥내가 왜 이러지?
위 두 가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일단 '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조울증이란 이유없이 기분이 좋거나 이유가 있더라도 지나치게 기분이 좋은 '조증'과 별 이유 없이 기분이 우울하고 무기력한 '우울증'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병이다. 즉 조증의 증상과 우울증의 증상이 번갈아 가면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단순한 우울증과 구별된다.

의학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5%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다. 그리고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자살을 시도하며 치료받지 않은 조울증 환자의 20% 정도가 자살에 이른다고 나와있다.

조울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의학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거나(사회적 요인),가족 중에 조울병 환자가 있거나(유전적 요인),뇌 작용에 문제가 생기거나(생리적 요인) 하는 경우에 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조울증에 걸렸을 경우에는 약물을 통해 치료하고,스트레스 등이 발병 원인일 때는 정신과치료 또는 가족치료 등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를 할 때에도 반드시 약물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조울증의 정도가 미미할 경우에는 외래 치료로도 충분하지만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있거나 △환자가 스스로 안전을 돌보지 못할 때 △식사를 소홀히 할 때 △주의에 돌봐주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환자의 90% 이상이 재발된다. 기분이 안정됐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1년 정도 그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야 약물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도움말=홍경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