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여러분의 동의로 임종빈 후보가 감사로 선임되었음을 선포합니다."

27일 증권선물거래소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여의도 63빌딩 3층 글로리아홀.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주총 시작 1분여 만에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임종빈 전 감사원 사무차장의 신임 감사 선임을 발표했다. 4개월여를 끌었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신임감사에 대해 거래소 경영진과 노조측은 모두 환영일색이다. 한마디로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왔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인데도 말이다.

사실 이번 이번 거래소 감사 선임 논란의 초점은 '낙하산'이 아니었다. 과거에도 증권선물거래소 감사는 재경부 등 정부기관 출신들이 오던 자리였다. 전임 감사였던 이용희 한신정 사장도 재경부 출신이다. 그런데도 새삼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던 것은 소위 '자격미달 낙하산'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본인들은 억울하겠지만 청와대가 밀었던 후보들은 중립기구인 감사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감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공익대표 5명, 그리고 업계추천 4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거래소 외부 인사들이다.

청와대가 첫 번째로 밀었던 김모 회계사는 면접까지 참여했지만 그에게 호감을 보여준 후보추천위원들은 한 명도 없었다. 두 번째로 밀었던 박모 서기관은 새로 원서를 접수한 5명의 후보 중에서 가장 먼저 탈락돼 서류심사에 끼지도 못했다. 단 1명의 위원으로부터도 추천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보추천위원회 관계자는 "2차 심사때는 청와대도 사실상 포기를 한 것 같았다"며 "그래서 원칙대로 심사를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번 낙하산 논란에서 관철시킨 것이 있다면 "증권선물거래소의 감사는 '비재경부'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 선임과정에서 보여준 청와대의 모습은 소위 '보은 인사'를 위해 비재경부 출신을 고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은 낙하산 인사가 제대로 된 자격을 갖췄을 때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