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개인병원(가정의학)을 운영하고 있는 김치형씨(43)는 주말만 되면 한강으로 간다. 3년 전 제주도 근무 때 배운 요트의 매력을 잊을 수가 없어서다. 해가 긴 여름에는 퇴근 후에도 요트를 즐긴다. 그가 속한 동호회는 서울시티요트클럽. 변호사 공인회계사 조종사 건축사 증권사 직원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마니아'들이 대다수다.

'클럽'은 4대의 요트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더 좋은 요트를 갖고 싶어 최근 다른 회원 2명과 함께 시가 2억원짜리 크루저요트(선실이 달린 요트)를 별도로 주문했다. "자연 바람을 맞으며 물살을 헤쳐나가는 짜릿함은 해보지 않으면 상상도 못한다"는 그는 "비용(동호회 가입비 1500만원·연회비 250만원)도 골프보다 저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아 좋다"고 말한다.

한강에 떠다니는 요트는 모두 120척(한강시민공원사업소 통계)이다. 최근 한두 해 사이에 두 배 정도 늘어났다.

이 중 103척이 개인이 소유한 요트다. 동호회 명의나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 구입한 것. 수백만원짜리도 있지만 대당 10억원짜리 배도 있다. 한강에서 활동하는 요트 동호회도 10개나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조성된 난지지구에 요트장이 생긴 이후 한강의 요트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진익철 한강시민공원사업소장은 "한강은 바람이 센 데다 바다처럼 넓고 장애물이 없어서 요트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며 "요트관련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트붐은 이미 전국적인 현상이다. 경기도 화성시 탄도(제부도 옆의 섬)도 주말이면 마니아들로 붐빈다. 6년 전 1척뿐이던 크루저요트가 현재 21척으로 늘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3년 전부터 회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곳에서 활동하는 한국크루저요트협회 박형곤씨의 말이다.

부산 통영 제주도 아산만 포항 등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선 어디서나 쉽게 요트를 즐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특히 부산 수영만은 우리나라 요트의 메카라는 평을 듣는다. 요트 인구가 약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부산 챌린저요트클럽의 추동완 팀장은 "요트인구가 해마다 두 배씩 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요트는 선진국에선 '부자 스포츠'나 '귀족 스포츠'로 통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요트붐이 경제 사회 발전의 한 단면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대한요트협회 관계자는 "서양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즐기는 요트를 '생애 마지막 스포츠'라고 한다"며 "얼마나 비싼 요트를 가지고 있느냐가 부의 척도가 된다"고 설명한다.

정부도 해양레저스포츠 장려차원에서 조만간 3곳(동해 서해 남해에 각각 1곳씩)에 100척 이상의 요트를 정박시킬 수 있는 거점 마리나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요트를 보관할 수 있는 마리나 시설을 갖춘 곳은 부산 수영만,경남 통영,제주도 중문 등 세 곳뿐이다. 해양수산부 해양정책팀 관계자는 "마리나 시설이 늘어나면 요트문화는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요트산업도 태동할 움직임이다. 요트는 대부분 수입되는데 95% 정도가 일본에서 쓰던 중고품이다. 수요 증가를 예상하는 해양수산부에서 지난해 말 보급형 요트를 개발,민간에 기술을 이양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요트로 바다를 즐길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