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이 쓸쓸한 독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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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 시인·중앙대 교수 >
10월은 예로부터 '독서의 계절'이라고 이름을 붙여 백일장이며 독후감 대회 등 각종 책읽기 행사를 벌였는데 근년에는 그런 행사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책이 넘쳐나는 시대인지라 그런 행사가 필요 없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현실은 사실 암담하다.
올해 초였다. 신문 1면에 난 몇 개 기사 중 제목이 '한국인 책값엔 구두쇠'라는 것이 있었다. 기사 내용인즉슨 2005년 우리나라 각 가구의 '서적 및 인쇄물 지출액'이 전체 소비지출의 0.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적 및 인쇄물 지출에는 신문과 잡지 구독,자녀들의 동화책 구입 같은 것이 포함되므로 성인이 1년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보는 것은 소비지출의 0.2%가 될까 말까,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같은 기간에 사교육비가 24.2%,담배 구입비가 27.1% 증가한 것은 조기유학과 담뱃값 인상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전 '문예연감' 필진(筆陣)의 한 사람으로서 문학분야 통계를 낸 적이 있었다. 종수(種數)로 쳐서 2001년에 국내에서 발행된 책의 26.6%가 만화였다. 전년보다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학습참고서로 32.7%가 늘었고,그 다음이 어학교재로 22.8%가 늘었다. 소설은 외국의 번역소설들,시는 몇몇 베스트셀러 시인의 시집이 팔렸을 뿐 국내소설과 정통문학권의 시집은 맥을 못췄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맥(命脈)을 유지하는 것은 아동문학과 실용서이고 인문교양서적이나 국내 문학작품은 해마다 판매 부수가 떨어지고 있다.
교수는 책을 읽히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데 학생은 책을 안 읽고 학점을 따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커피 값,맥주 값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책은 필사적으로 안 산다. 대학생 중 책을 가장 많이 사는 학생은? '무슨 학과 학생'이나 '어느 대학교 학생'하고 답하면 땡! 이다. '갓 입학한 학생'이 답이다. 1학년 2학기만 되어도 책을 사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교양과목이라도 1학기에 잡혀 있는 과목과 2학기에 잡혀 있는 과목의 교재 판매량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책 전권(全卷) 복사를 허락하지 않으니 부분 복사를 한다. 리포트를 내주면 인터넷을 검색해 짜깁기를 해온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이 다방면으로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질문을 해보면 깊이 있는 지식이 아니라 대개는 수박 겉핥기 지식이다.
최근에 어느 원로 소설가를 만났더니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언젠가 러시아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많은 사람들이 문학서적을 읽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들은 그 때 고골리 푸슈킨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예세닌 투르게네프 체호프 숄로호프 솔제니친 파스테르나크 등을 마음 깊이 사랑하며 읽고 있더라고 했다. 공산주의 혁명 이전 러시아는 유럽 사회에서 후진국이었는데 문화적으로는 가장 선진국이었다. 문화의 힘은 그들의 발레와 음악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세계 소설사의 최고봉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와 유일하게 쌍벽(雙璧)을 이룬다는 톨스토이를 낳았다.
작년에 러시아에 갔더니 서점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해리포터''다빈치 코드''연금술사' 같은 베스트셀러가 잔뜩 쌓여 있더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스크바의 대형서점 어디에도 한국의 소설은 번역돼 꽂혀 있지 않더라고 했다.
올해도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이 되니까 이런저런 국내 시인과 소설가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 출판계 현황 소식을 접하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한국은 코엘류와 댄 브라운의 책,롤링의 '해리포터'가 도서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다고? 만화책과 학습참고서,혹은 실용서와 동화책을 내지 않으면 출판사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다고?
아이의 생일에 피자 한 판과 치킨을 시켜줄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이 있는지 서점에 데리고 가서 함께 골라보아야 한다.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는 것도 좋지만 평생의 스승이 될 만한 책을 사주는 것이 더욱 훌륭한 부모다. 좋은 책은 마음의 양식(糧食)이라는 말은 진리 중의 진리이다.
10월은 예로부터 '독서의 계절'이라고 이름을 붙여 백일장이며 독후감 대회 등 각종 책읽기 행사를 벌였는데 근년에는 그런 행사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책이 넘쳐나는 시대인지라 그런 행사가 필요 없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현실은 사실 암담하다.
올해 초였다. 신문 1면에 난 몇 개 기사 중 제목이 '한국인 책값엔 구두쇠'라는 것이 있었다. 기사 내용인즉슨 2005년 우리나라 각 가구의 '서적 및 인쇄물 지출액'이 전체 소비지출의 0.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적 및 인쇄물 지출에는 신문과 잡지 구독,자녀들의 동화책 구입 같은 것이 포함되므로 성인이 1년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보는 것은 소비지출의 0.2%가 될까 말까,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같은 기간에 사교육비가 24.2%,담배 구입비가 27.1% 증가한 것은 조기유학과 담뱃값 인상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전 '문예연감' 필진(筆陣)의 한 사람으로서 문학분야 통계를 낸 적이 있었다. 종수(種數)로 쳐서 2001년에 국내에서 발행된 책의 26.6%가 만화였다. 전년보다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학습참고서로 32.7%가 늘었고,그 다음이 어학교재로 22.8%가 늘었다. 소설은 외국의 번역소설들,시는 몇몇 베스트셀러 시인의 시집이 팔렸을 뿐 국내소설과 정통문학권의 시집은 맥을 못췄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맥(命脈)을 유지하는 것은 아동문학과 실용서이고 인문교양서적이나 국내 문학작품은 해마다 판매 부수가 떨어지고 있다.
교수는 책을 읽히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데 학생은 책을 안 읽고 학점을 따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커피 값,맥주 값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책은 필사적으로 안 산다. 대학생 중 책을 가장 많이 사는 학생은? '무슨 학과 학생'이나 '어느 대학교 학생'하고 답하면 땡! 이다. '갓 입학한 학생'이 답이다. 1학년 2학기만 되어도 책을 사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교양과목이라도 1학기에 잡혀 있는 과목과 2학기에 잡혀 있는 과목의 교재 판매량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책 전권(全卷) 복사를 허락하지 않으니 부분 복사를 한다. 리포트를 내주면 인터넷을 검색해 짜깁기를 해온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이 다방면으로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질문을 해보면 깊이 있는 지식이 아니라 대개는 수박 겉핥기 지식이다.
최근에 어느 원로 소설가를 만났더니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언젠가 러시아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많은 사람들이 문학서적을 읽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들은 그 때 고골리 푸슈킨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예세닌 투르게네프 체호프 숄로호프 솔제니친 파스테르나크 등을 마음 깊이 사랑하며 읽고 있더라고 했다. 공산주의 혁명 이전 러시아는 유럽 사회에서 후진국이었는데 문화적으로는 가장 선진국이었다. 문화의 힘은 그들의 발레와 음악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세계 소설사의 최고봉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와 유일하게 쌍벽(雙璧)을 이룬다는 톨스토이를 낳았다.
작년에 러시아에 갔더니 서점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해리포터''다빈치 코드''연금술사' 같은 베스트셀러가 잔뜩 쌓여 있더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스크바의 대형서점 어디에도 한국의 소설은 번역돼 꽂혀 있지 않더라고 했다.
올해도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이 되니까 이런저런 국내 시인과 소설가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 출판계 현황 소식을 접하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한국은 코엘류와 댄 브라운의 책,롤링의 '해리포터'가 도서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다고? 만화책과 학습참고서,혹은 실용서와 동화책을 내지 않으면 출판사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다고?
아이의 생일에 피자 한 판과 치킨을 시켜줄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이 있는지 서점에 데리고 가서 함께 골라보아야 한다.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는 것도 좋지만 평생의 스승이 될 만한 책을 사주는 것이 더욱 훌륭한 부모다. 좋은 책은 마음의 양식(糧食)이라는 말은 진리 중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