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R&D특구의 대표적 벤처기업인 케이엘테크(대표 김상호)가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회사의 노사분규는 특정기업의 사태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벤처업계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대덕특구 내 벤처업체에 노조가 설립되고 파업으로 이어진 게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2000년 5월 설립,TFT-LCD 재생 컬러 필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대전사업장에서 노조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호소했다.

직원 220명 규모의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LG필립스LCD 삼성전자 등에 납품해 국내 시장의 90%를 장악하며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지난해 3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상반기 260억원의 매출 달성이 무난한 유망 벤처기업이었다.

노사 갈등 등으로 지난 3·4분기 매출이 2·4분기 때보다 30%가량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그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신뢰관계가 무너져 고객사들이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는 데 있다. 노조와의 갈등은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 민주노총 소속으로 노조 설립과 함께 이 회사의 대전사업장 생산직 직원 144명이 모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노조는 작업환경 개선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맞서고 있다.

국내 벤처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노사분규는 우리 회사도 언젠가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진행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나라 벤처업계는 기업성장속도에 비해 조직관리 등 지원시스템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벤처기업 직원들은 '아이디어'와 '패기' 하나로 기업을 키운다는 자부심에 낮밤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해왔다. 그런 만큼 근로조건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노사분규를 '성장통'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벤처업계에마저 노사분규의 광풍이 몰아칠 경우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을 일구겠다는 '벤처정신'이 꽁꽁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대전=백창현 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