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일류 기업의 '오너십 리포트'] (9.끝) 홍콩 '청쿵그룹'..창업주 '신용경영' 60년만에 결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홍콩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허치슨하우스.화교 거상(巨商) 리카싱(李嘉誠)이 이끌고 있는 청쿵(長江)그룹의 주력 기업인 허치슨왐포아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허치슨하우스 22층 그룹홍보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액자에 담긴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穩健中求發展,發展中不忘穩健'.'안정 속에서 성장을 모색하고,발전 중에도 안정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라우라 청 허치슨왐포아 홍보담당 이사는 "리 회장의 경영 철학이자,세계 500대 기업으로 성장한 허치슨왐포아의 오늘을 있게 한 경영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수년 전만 해도 '리카싱=부동산재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는 세계 54개 국가에서 에너지 항만 통신 호텔 유통 금융 등 분야의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다국적 대기업그룹의 총수다.
홍콩의 작은 플라스틱공장에서 시작한 청쿵이 60여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성실과 신용,극단보다는 중용(中庸)의 길을 걸었던 리 회장의 경영노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콩=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
○조화(造花) 대왕
리 회장 가족이 고향인 광둥성 차오저우(潮州)를 떠나 홍콩으로 건너온 건 그가 14살이었던 1940년.중일전쟁의 포화를 피해 선택한 길이었다.
가난과 싸워야 했던 '소년가장' 리카싱은 홍콩 뒷골목을 돌며 플라스틱 바가지를 팔아야 했다.
가난도 그의 가슴 속에 흐르는 상인정신을 막지 못했다.
리카싱은 18살 되던 해 꼬깃꼬깃 모았던 5만홍콩달러를 들여 '청쿵(長江)플라스틱공장'을 세웠다.
창업은 쉬웠지만 돈벌이는 만만치 않았다.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리카싱은 한 영문 잡지에서 '플라스틱 꽃(조화)' 사업이 유망하다는 기사를 봤다.
전쟁이 끝나면서 값싸고 오래 볼 수 있는 조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공장에 조화 생산라인을 깔았다.
실물과 같은 꽃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청쿵이 만든 조화는 홍콩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수출됐다.
그래서 그는 '조화대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부동산업계 '미다스의 손'
1965년 들어 홍콩경제는 금융위기로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67년 반(反)영국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심리적 공황에 빠진 홍콩 주민들은 보유 부동산을 팔아치우기에 바빴다.
그러나 리 회장은 위기에서 기회를 봤다.
부동산 시장에 '올인'하기로 했다.
조화로 번 돈을 부동산 매입에 쏟아부었다.
1970년대 초 그는 이미 홍콩의 대형 빌딩 10여채를 손에 넣은 부동산 거물로 등장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홍콩경제는 1970년대 들어 회복기로 접어들었고,그가 사들였던 부동산 가치는 폭등했다.
1978년 5월 홍콩 중심가에 건설한 시가 6억홍콩달러 규모의 환치우(環球)빌딩은 분양 8시간 만에 모두 팔리기도 했다.
○M&A의 귀재
부동산이 리 회장의 최종 사업 목표는 아니었다.
그는 1970년대 말 다시 변신을 시도했다.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기업M&A(인수·합병)에 나서게 된 것.첫 타깃은 영국계 회사였던 무역회사 허치슨왐포아였다.
이 회사를 겨냥한 M&A작전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그는 먼저 영국계 자딘 마티슨그룹 산하 업체인 코우롱 와프 주식을 장내에서 야금야금 매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들인 주식이 약 1000만주.그는 홍콩의 선박재벌인 Y K 파오에게 접근,자신의 코우롱 와프 주식과 파오가 갖고 있던 허치슨왐포아 주식을 바꾸자고 제의한다.
선박 사업 영역을 노리던 파오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허치슨왐포아는 1년의 치밀한 '공작'끝에 리카싱그룹 우산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
M&A를 주도한 청쿵실업의 당시 자산가치는 6억9300만홍콩달러였던 반면 허치슨왐포아의 가치는 50억홍콩달러에 달하는 대기업이었다.
뱀이 코끼리를 삼킨 꼴이었다.
○시동 건 글로벌 전략
리 회장은 허치슨왐포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 무역업체였던 허치슨왐포아를 항만,전신,부동산개발 및 호텔,유통,에너지 등 5개 분야로 특화 발전시키게 된다.
리 회장은 1980년대 중반까지 허치슨왐포아의 내부사업 구조조정 및 홍콩비즈니스 여건을 마친 후 1980년대 중반부터 세계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홍콩에서 시작된 항만컨테이너부두 사업은 세계 주요 항구로 뻗어갔다.
그는 이어 1986년 캐나다 최대 원유개발 업체인 허스키를 매입,국제 에너지 사업에도 본격 나섰다.
또 1990년 영국에 통신업체인 오렌지통신을 설립,런던증시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1991년에는 뉴욕 맨해튼의 커머셜빌딩을 사들이기도 했다.
작년 허치슨왐포아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해외사업 비중은 약 80%.특히 전체 매출액의 54%가 유럽 및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홍콩 뒷골목에서 탄생한 청쿵그룹이 그 활동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 리카싱 회장의 경영 어록 ]
△ 待人以誠,執事以信
(대인이성,집사이신)
'성실로 사람을 대하고,신의로 일을 추진한다'는 뜻.젊은 리카싱이 홍콩 뒷골목을 돌며 플라스틱바가지 외판사원을 할 때 마음에 새긴 말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용은 비즈니스맨에게 제2의 신분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物極必反 (물극필반)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역전된다'는 주역의 구절.호황이 끝나면 불황이 찾아오고,어려운 시기를 넘기면 번영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얘기다.
리 회장은 플라스틱 조화가 성공,회사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직원들에게 불황을 대비하라는 뜻으로 이 말을 했다.
△ 人退我進,人取我棄
(인퇴아진,인취아기)
'다른 사람들이 물러설 때 나는 나아가고,다른 사람이 얻으려 할 때 나는 포기한다'라는 뜻.리 회장이 1960년대 말 부동산 사업을 시작할 때 내건 부동산거래 철학이다.
실제로 그는 경기불황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할 때 매입에 나섰으며,경기가 좋아지자 이를 팔아 기업 M&A(인수·합병)에 나섰다.
△ 不動聲色,出其不意
(불동성색,출기불의)
'소리 소문없이,의표를 찌른다'라는 뜻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병법의 하나다.
리 회장이 허치슨왐포아를 인수하기 위해 쓴 전략이다.
그는 코우롱 와프 주식을 시장에서 은밀히 매집,이 주식을 활용해 결국 허치슨왐포아를 손에 넣었다.
허치슨하우스 22층 그룹홍보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액자에 담긴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穩健中求發展,發展中不忘穩健'.'안정 속에서 성장을 모색하고,발전 중에도 안정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라우라 청 허치슨왐포아 홍보담당 이사는 "리 회장의 경영 철학이자,세계 500대 기업으로 성장한 허치슨왐포아의 오늘을 있게 한 경영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수년 전만 해도 '리카싱=부동산재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는 세계 54개 국가에서 에너지 항만 통신 호텔 유통 금융 등 분야의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다국적 대기업그룹의 총수다.
홍콩의 작은 플라스틱공장에서 시작한 청쿵이 60여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성실과 신용,극단보다는 중용(中庸)의 길을 걸었던 리 회장의 경영노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콩=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
○조화(造花) 대왕
리 회장 가족이 고향인 광둥성 차오저우(潮州)를 떠나 홍콩으로 건너온 건 그가 14살이었던 1940년.중일전쟁의 포화를 피해 선택한 길이었다.
가난과 싸워야 했던 '소년가장' 리카싱은 홍콩 뒷골목을 돌며 플라스틱 바가지를 팔아야 했다.
가난도 그의 가슴 속에 흐르는 상인정신을 막지 못했다.
리카싱은 18살 되던 해 꼬깃꼬깃 모았던 5만홍콩달러를 들여 '청쿵(長江)플라스틱공장'을 세웠다.
창업은 쉬웠지만 돈벌이는 만만치 않았다.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리카싱은 한 영문 잡지에서 '플라스틱 꽃(조화)' 사업이 유망하다는 기사를 봤다.
전쟁이 끝나면서 값싸고 오래 볼 수 있는 조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공장에 조화 생산라인을 깔았다.
실물과 같은 꽃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청쿵이 만든 조화는 홍콩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수출됐다.
그래서 그는 '조화대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부동산업계 '미다스의 손'
1965년 들어 홍콩경제는 금융위기로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67년 반(反)영국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심리적 공황에 빠진 홍콩 주민들은 보유 부동산을 팔아치우기에 바빴다.
그러나 리 회장은 위기에서 기회를 봤다.
부동산 시장에 '올인'하기로 했다.
조화로 번 돈을 부동산 매입에 쏟아부었다.
1970년대 초 그는 이미 홍콩의 대형 빌딩 10여채를 손에 넣은 부동산 거물로 등장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홍콩경제는 1970년대 들어 회복기로 접어들었고,그가 사들였던 부동산 가치는 폭등했다.
1978년 5월 홍콩 중심가에 건설한 시가 6억홍콩달러 규모의 환치우(環球)빌딩은 분양 8시간 만에 모두 팔리기도 했다.
○M&A의 귀재
부동산이 리 회장의 최종 사업 목표는 아니었다.
그는 1970년대 말 다시 변신을 시도했다.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기업M&A(인수·합병)에 나서게 된 것.첫 타깃은 영국계 회사였던 무역회사 허치슨왐포아였다.
이 회사를 겨냥한 M&A작전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그는 먼저 영국계 자딘 마티슨그룹 산하 업체인 코우롱 와프 주식을 장내에서 야금야금 매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들인 주식이 약 1000만주.그는 홍콩의 선박재벌인 Y K 파오에게 접근,자신의 코우롱 와프 주식과 파오가 갖고 있던 허치슨왐포아 주식을 바꾸자고 제의한다.
선박 사업 영역을 노리던 파오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허치슨왐포아는 1년의 치밀한 '공작'끝에 리카싱그룹 우산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
M&A를 주도한 청쿵실업의 당시 자산가치는 6억9300만홍콩달러였던 반면 허치슨왐포아의 가치는 50억홍콩달러에 달하는 대기업이었다.
뱀이 코끼리를 삼킨 꼴이었다.
○시동 건 글로벌 전략
리 회장은 허치슨왐포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 무역업체였던 허치슨왐포아를 항만,전신,부동산개발 및 호텔,유통,에너지 등 5개 분야로 특화 발전시키게 된다.
리 회장은 1980년대 중반까지 허치슨왐포아의 내부사업 구조조정 및 홍콩비즈니스 여건을 마친 후 1980년대 중반부터 세계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홍콩에서 시작된 항만컨테이너부두 사업은 세계 주요 항구로 뻗어갔다.
그는 이어 1986년 캐나다 최대 원유개발 업체인 허스키를 매입,국제 에너지 사업에도 본격 나섰다.
또 1990년 영국에 통신업체인 오렌지통신을 설립,런던증시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1991년에는 뉴욕 맨해튼의 커머셜빌딩을 사들이기도 했다.
작년 허치슨왐포아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해외사업 비중은 약 80%.특히 전체 매출액의 54%가 유럽 및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홍콩 뒷골목에서 탄생한 청쿵그룹이 그 활동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 리카싱 회장의 경영 어록 ]
△ 待人以誠,執事以信
(대인이성,집사이신)
'성실로 사람을 대하고,신의로 일을 추진한다'는 뜻.젊은 리카싱이 홍콩 뒷골목을 돌며 플라스틱바가지 외판사원을 할 때 마음에 새긴 말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용은 비즈니스맨에게 제2의 신분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物極必反 (물극필반)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역전된다'는 주역의 구절.호황이 끝나면 불황이 찾아오고,어려운 시기를 넘기면 번영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얘기다.
리 회장은 플라스틱 조화가 성공,회사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직원들에게 불황을 대비하라는 뜻으로 이 말을 했다.
△ 人退我進,人取我棄
(인퇴아진,인취아기)
'다른 사람들이 물러설 때 나는 나아가고,다른 사람이 얻으려 할 때 나는 포기한다'라는 뜻.리 회장이 1960년대 말 부동산 사업을 시작할 때 내건 부동산거래 철학이다.
실제로 그는 경기불황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할 때 매입에 나섰으며,경기가 좋아지자 이를 팔아 기업 M&A(인수·합병)에 나섰다.
△ 不動聲色,出其不意
(불동성색,출기불의)
'소리 소문없이,의표를 찌른다'라는 뜻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병법의 하나다.
리 회장이 허치슨왐포아를 인수하기 위해 쓴 전략이다.
그는 코우롱 와프 주식을 시장에서 은밀히 매집,이 주식을 활용해 결국 허치슨왐포아를 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