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한 기업이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투자를 가로막는다며 없애달라는 기업의 요청을 받아주기로 하면서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라는 새로운 짐을 지우려 하고 있다. 계열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A→B→C→A)의 출자관계를 맺은 환상형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기업들은 막대한 주식을 내다팔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규제 완화를 요청했던 기업으로선 새로운 덤터기를 쓰는 셈이다. 일본과 미국이 적극적인 기업 지원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26일로 출범 1개월을 맞는 아베 신조 내각은 총리 취임 때 한 3% 이상의 경제성장 달성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친기업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ADVERTISEMENT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공장신설 때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경제산업성 주도로 기업들에 부담을 주었던 조항을 대폭 손질하는 '공장입지법' 개정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환경시설 의무확보 기준 등을 완화,공장을 손쉽게 세울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취지다.

ADVERTISEMENT

현행 법은 가동에 따른 소음 및 매연 등을 줄이기 위해 업종별로 공장 등 생산시설 면적 제한을 두고 있다. 생산시설이 전체 부지면적의 40%를 넘지 못한다. 그만큼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 제한을 없애 건축기준법에 따른 일반적인 제한만 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녹지나 운동장 등 환경을 위한 시설은 부지 면적의 25%(녹지는 2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것도 대폭 완화,녹지 제한만 살려두고 녹지제한도 지자체에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제산업성은 2008년까지 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음 달 산업구조심의회(경제산업상 자문기관)부터 구체안 마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공장입지법 완화는 해외로 나갔던 일본 기업들의 국내 U턴을 가속시키겠다는 취지다. 고비용을 이유로 바깥으로 나가려 하는 기업도 붙잡아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배려차원이기도 하다. 녹지 제한 규정을 지자체에 위임함으로써 재량권을 갖게 된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기업유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ADVERTISEMENT

일본 정부는 이미 투자 확대를 위해 감가상각기간 단축 방침을 밝혔고 세제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총리 자문 '세제조사회'도 감세론자가 이끌도록 했다. 세제조사회 신임 회장인 혼마 마사아키 오사카대 교수(경제학)는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온 인물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세제조사회를 이끌었던 이시 히로미쓰 전 회장의 연임설이 있었으나 아베 총리가 혼마 회장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내각멤버 중 경제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경제재정자문회의(의장 총리)에 들어가는 오미 고지 재무상과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상도 알려진 대로 '상공족'(商工族)으로 불리는 성장론자들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게이단렌 회장(캐논 회장) 등 자문회의의 민간위원들도 법인세를 깎아주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