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파나마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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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브리스(hubris)'는 '지나친 자신' '오만' 혹은 '오만에서 생기는 폭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한번 성공한 창조적 소수가 자신의 능력과 방법론을 우상화하는 과오'를 휴브리스라고 불렀다. 대대적인 성공 뒤에 어이없는 실패가 이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뱃길을 잇는 파나마운하가 확장된다고 한다. 파나마 정부가 운하 증설을 놓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가(可)'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2014년까지 새 수문을 건설,길이와 폭을 대폭 늘려 초대형 화물선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유조선 등이 모두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파나마운하는 첫삽에서 완공까지 장장 34년이나 걸렸다. 1881년 처음 공사를 시작했던 프랑스의 레셉스가 9년 만에 파산함으로써 1904년 미국의 스티븐스가 다시 맡아 이룩한 까닭이다. 수에즈운하 건설 영웅으로 프랑스 정·재계의 전폭적 지원 아래 파나마운하 건설에 나섰던 레셉스의 실패는 휴브리스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수에즈는 저지대 모래땅에 건조하고,파나마는 고지대 바위투성이에 폭우가 쏟아지는 곳이었다. 따라서 파나마운하는 수에즈같은 수평식이 아닌 갑문식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는데도 수에즈의 성공에 취한 레셉스는 이를 무시하고 수평식을 고집했다.
그는 결국 홍수와 열대병으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고 물러났다. 게다가 자금 충당을 위해 거짓 홍보와 복권부사채 발행 로비를 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갑문식으로 성공한 미국은 99년에야 운영권을 파나마에 이양했다. 레셉스의 큰소리를 믿던 프랑스는 손해만 보고 이득은 미국이 챙긴 셈이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 확장에 따른 일자리와 수입 증대를 장담한다. 그러나 연간 예산 60여억달러인 나라에서 50여억달러 공사를 벌이는 건 과욕이란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국민투표 기권율이 57%였다고도 한다. 국내에도 운하 건설문제가 대두된 지금,파나마운하 확장이 청사진대로 이뤄질지 새로운 역사적 교훈을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태평양과 대서양의 뱃길을 잇는 파나마운하가 확장된다고 한다. 파나마 정부가 운하 증설을 놓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가(可)'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2014년까지 새 수문을 건설,길이와 폭을 대폭 늘려 초대형 화물선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유조선 등이 모두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파나마운하는 첫삽에서 완공까지 장장 34년이나 걸렸다. 1881년 처음 공사를 시작했던 프랑스의 레셉스가 9년 만에 파산함으로써 1904년 미국의 스티븐스가 다시 맡아 이룩한 까닭이다. 수에즈운하 건설 영웅으로 프랑스 정·재계의 전폭적 지원 아래 파나마운하 건설에 나섰던 레셉스의 실패는 휴브리스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수에즈는 저지대 모래땅에 건조하고,파나마는 고지대 바위투성이에 폭우가 쏟아지는 곳이었다. 따라서 파나마운하는 수에즈같은 수평식이 아닌 갑문식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는데도 수에즈의 성공에 취한 레셉스는 이를 무시하고 수평식을 고집했다.
그는 결국 홍수와 열대병으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고 물러났다. 게다가 자금 충당을 위해 거짓 홍보와 복권부사채 발행 로비를 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갑문식으로 성공한 미국은 99년에야 운영권을 파나마에 이양했다. 레셉스의 큰소리를 믿던 프랑스는 손해만 보고 이득은 미국이 챙긴 셈이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 확장에 따른 일자리와 수입 증대를 장담한다. 그러나 연간 예산 60여억달러인 나라에서 50여억달러 공사를 벌이는 건 과욕이란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국민투표 기권율이 57%였다고도 한다. 국내에도 운하 건설문제가 대두된 지금,파나마운하 확장이 청사진대로 이뤄질지 새로운 역사적 교훈을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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