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플레이어.네이버.네이트온 등 토종에 밀려

'곰플레이어와 네이트온에 밀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미디어플레이어 및 메신저, 네이버에 밀리는 구글, 아이리버에 밀리는 애플의 아이팟..'
세계를 제패한 유수의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서만 맥을 못추고 있다.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25일 '곰플레이어와 디지털 칸(khan)의 가능성'이란 주제의 사내 임원 특강에서 이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디지털 부문에서 세계 지배자(칸)가 될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강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포털시장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3개 토종업체가 각각 지식검색, 미디어, 1인 미디어를 전문 영역으로 삼아 나눠 지배하고 있다.

이웃 일본 시장 1위인 야후는 우리나라에서 4위권에 불과하며, 세계 최고 검색 엔진이자 일본내 2위인 구글은 한국에선 1%대의 점유율로 아예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네이버의 지식검색 프로그램 '지식iN'을 한국판 위키피디아(네티즌 참여 온라인 백과사전)로 치켜 세우며 "덩치와 지명도 차이에도 불구, 한국에서 구글이 네이버(NHN)에 맥을 못 추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을 정도다.

'윈도'를 통해 세계 PC 운영체계를 장악한 MS도 한국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디어재생 프로그램 시장에서 국산 곰플레이어는 30%의 시장 점유율로 27%인 MS의 윈도미디어플레이어를 따돌리고 1위에 올라 있다.

자국의 미디어 플레이어가 윈도미디어플레이어를 누른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곰플레이어의 한글 자막 및 코덱 자동 검색 등 특화된 기능이 국내 사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인터넷 메신저 네이트온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와의 연동과 문자메시지 기능을 앞세워 지난해 3월 MSN 메신저를 추월했다.

1년 후인 지난 3월 기준으로 네이트온의 이용자 수는 1천182만1천200명으로 738만6천700명인 MSN 메신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아이팟' 시리즈로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애플도 한국 시장에선 70%(작년 상반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레인콤(아이리버), 삼성전자(옙), 코원(아이오디오) 등 3개 국내 업체에 밀려 점유율이 2%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90년대 50%에 이르던 세계적 휴대전화 업체 모토로라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눌려 작년 상반기 현재 4%까지 추락했고, 노키아는 지난 2003년 아예 철수했다.

노트북 PC 부문 세계 강자 델(Dell)의 한국 시장 점유율도 3%대에 그치고 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가상의 돈, 사이버 머니가 가장 상용화된 나라도 한국이다.

싸이월드 사이버 화폐 '도토리'의 판매액은 하루 2억5천만원, 연간 800억원에 이르고 인터넷업체 네오위즈는 전체 매출의 70%를 아바타 판매를 통해 얻고 있다.

윤 부사장은 이같은 현상을 우리나라의 높은 디지털 수용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유목민의 핏줄을 타고 난 우리 국민은 디지털 사이버 스페이스를 칭기즈칸처럼 빠르게 정복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디지털 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 국토를 디지털 테스트 베드로 만들고 스스로 우리 국민이 모두 디지털 실험용 모르모트가 돼야 한다고 윤 부사장은 강조했다.

세계 디지털 기업들이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연구.개발(R&D)하고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시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부사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e-비즈니스 마인드, 세계적 디지털 기업, 풍부한 얼리어답터(새로운 서비스.상품을 가장 먼저 사용하는 계층) 등 '테스트 베드'로서의 최적 조건을 이미 갖췄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