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쟁의행위에 나선 노동조합의 지시로 생산시설 가동을 정지시켰더라도 위험.손해의 확대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일반 조합원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반 조합원은 노조 지시에 불응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불법행위 책임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일반 조합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음으로써 향후 노사 간 손해배상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이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 2억원씩을 배상하라"며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조합원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 조합원은 불법 쟁의행위 때 노무를 단순히 정지한 것만으로는 노조 및 노조 간부들과 공동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지만 노무 정지 때 위험.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아 손해가 확대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면 손배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는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