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慶洙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이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간한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전세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은 전년 대비 29% 늘어난 9160억달러다.

특히 신흥시장경제는 사상 최대치인 3340억달러를 기록했다.

해외직접투자 유출도 홍콩과 같은 신흥시장경제의 약진이 두드러졌으며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다국적기업이 선진국 기업을 사들이는 형태의 직접투자는 신흥시장경제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 대한 FDI 유입은 국내총생산의 8%로 세계 평균의 22.7%보다 훨씬 낮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전년보다 FDI 교역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FDI의 증가추세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관찰되는 범세계적 현상이고 아시아가 세계자본유입의 자석(磁石)과 같은 존재이며 나아가 신흥시장경제가 주요 자본진출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이번 보고서의 평가에 한국이 해당되는 항목은 하나도 없다.

해외직접투자가 경제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주식과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와 달리 자본의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장점 외에도 선진기술의 습득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 있다.

경제성장은 자본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 투입의 증가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도 의존하게 되며,같은 성장이더라도 직접비용이 소요되는 생산요소의 투입보다는 높아진 생산성이 성장의 질(質)을 더 높인다.

선진국의 해외직접투자가 쌍방향으로 일어나 자본이 교차거래되는 것은 그만큼 기술습득을 쉽게 하고자 함에 중요한 이유가 있다.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진출도 마찬가지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FDI는 그것이 유입이든 유출이든 또 다른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대(對)중국 해외직접투자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유독 한국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현상이며 중국에 진출한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반대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한국의 열악한 투자환경이 기업을 중국으로 내몰았으나 다른 아시아국가에서는 중국에 대한 진출이 오히려 투자기회를 촉진한 것이다.

며칠 전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즉 기술발전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 미만에 그치고 있다.

그 전 10년보다 많게는 1% 이상 감소한 것이다.

한편 금년 OECD가 발표한 한국의 시간당 산출량으로 표시한 생산성은 거의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낙후된 서비스부문에 주요인이 있으며 해외직접투자의 유치가 빠른 시간 안에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직접투자는 비록 주식투자처럼 변동성이 크지는 않으나 여전히 발 가는 대로 따라가는 자본(foot loose capital)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투자환경에 민감하다는 말이다.

글로벌경제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정부간 경쟁은 마치 미인대회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한국정부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25개국 가운데 24위를 기록해 1년 전보다 5단계가 하락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61개국 가운데 지난해보다 9단계 하락한 38위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의 평가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해외직접투자는 시장접근 가능성과 비용절감이 중요한 동기이지만 규제가 걸림돌이다.

지자체에서 강력히 요구해 온 수도권 규제의 철폐 또는 대폭 완화를 수용하고 토지이용 등 제조업에 비해 높은 규제가 가해지는 서비스업 진출에 따르는 규제철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정착하기 위한 정부의 일관된 노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투자유치계획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