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댄스그룹 H.O.T 출신 가수 문희준씨 사건은 연예인 안티사이트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이 그룹에서 솔로로 데뷔한 문씨가 자신을 '로커'라고 칭하면서 그의 팬과 안티팬 사이에 격돌이 벌어진 것이다. 문씨는 아무 생각이 없는 '무뇌충(無腦蟲)'으로 비하됐고 이와 관련된 패러디물이 대거 사이트에 올랐다. 급기야 '무뇌충사건'은 법정으로까지 번져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이제 안티팬들의 극성은 인터넷사이트뿐만이 아니다. 녹화현장이나 콘서트장을 가리지 않고 해당가수가 노래를 하면 야유를 하고 욕설을 퍼붓기 일쑤다. 같은 옷을 입고 풍선을 들고서 객석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때론 완력도 서슴지 않는다. 맹목적인 세과시인 셈이다.

안티팬들의 일탈된 행동으로 많은 가수들은 공포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실토한다. 실제 끔찍한 메모와 함께 면도칼이 든 소포를 받는가 하면,세척제가 든 음료수에 화들짝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차에서 오르내릴 때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을 종종 갖게 된다고 한다.

지난 주말,인기 5인조 남성그룹 동방신기의 정윤호씨가 안티팬이 건넨 음료수를 받아 마시고 병원에 실려간 것도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단적인 사례다. 범행동기는 '그냥 싫어서'였다고 하니 아연할 따름이다. 지난해 데뷔한 여성 4인조 아카펠라그룹 '천상지희'가 모 그룹과 단지 이름이 비슷하다 해서 집중공격을 받은 것도 안티팬들의 소행이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으로 발전돼 아찔한 테러를 불러오고 이런 테러가 도미노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건전한 비판은 상실된 채 욕설과 비방이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내편''네편'으로 갈려 상대방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니 토론이나 다양성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안티(Anti)'는 찬성의 반대편에 서 있기는 하지만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논리적인 비판이 뒤따를 때만이 안티의 진정한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