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미끄러운 뱀장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13일(현지시간)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차기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직후 열린 공식 기자간담회. 한 외신기자가 질문 도중 난데없이 "차기 총장의 별명이 '미끄러운 뱀장어(slippery eel)'라고 알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별명은 15일 가진 ABC와의 회견에서도 나왔다. 사회자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퍼부었다. 그러나 반 차기 총장은 "우리는 항상 6자회담의 틀내에서 미국을 포함한 참여국들이 북한과 대화를 하도록 해왔다"는 등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예봉을 피해갔다. 그러자 사회자가 "한국 언론이 왜 당신을 '미끄러운 뱀장어'라고 부르는지 알겠다"며 항복선언을 해 버린 것.
반 차기 총장은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별명에 대해 설명했다.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있을 때 기자들이 어려운 질문을 해도 잘 피해간다는 좋은 의미로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를 한자로 '기름 유(油)'와 '뱀장어 만(鰻)'을 써서 '유만(油鰻)'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후 한학자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의미로 한자를 '유만( 萬)'으로 고쳐주었는데 사무총장이 되면서 현실화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반 차기 총장의 교과서적인 답변은 기자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아무리 물고 늘어져도 좀처럼 '기사거리'를 얻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가 일을 잘 못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런 그가 사무총장이 되면서 일하는 스타일도 한학자가 지어준 '유만'으로 바꿀 모양이다.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 한반도 문제를 전담할 특사를 임명,상시 운용하겠다"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니 말이다. 한국인 사무총장으로서 북한핵문제 해결에 정성을 쏟겠다는 의미겠지만 유엔을 이끌어갈 사무총장다운 포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건국 이후 최대 민족적 경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우리에겐 극적이다. 반 차기 총장이 '유만'이라는 새 별명대로 세상을 이롭게 움직여 역사에 길이 남을 사무총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반 차기 총장은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별명에 대해 설명했다.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있을 때 기자들이 어려운 질문을 해도 잘 피해간다는 좋은 의미로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를 한자로 '기름 유(油)'와 '뱀장어 만(鰻)'을 써서 '유만(油鰻)'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후 한학자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의미로 한자를 '유만( 萬)'으로 고쳐주었는데 사무총장이 되면서 현실화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반 차기 총장의 교과서적인 답변은 기자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아무리 물고 늘어져도 좀처럼 '기사거리'를 얻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가 일을 잘 못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런 그가 사무총장이 되면서 일하는 스타일도 한학자가 지어준 '유만'으로 바꿀 모양이다.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 한반도 문제를 전담할 특사를 임명,상시 운용하겠다"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니 말이다. 한국인 사무총장으로서 북한핵문제 해결에 정성을 쏟겠다는 의미겠지만 유엔을 이끌어갈 사무총장다운 포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건국 이후 최대 민족적 경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우리에겐 극적이다. 반 차기 총장이 '유만'이라는 새 별명대로 세상을 이롭게 움직여 역사에 길이 남을 사무총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