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에 북한이 즉각 거부입장을 밝히는 등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돼 경제에 악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부양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결의안에 군사적 제재조치는 제외됐지만 북한으로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검색 등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 등 긴장상태가 계속될 수 밖에 없어 이로 인한 투자와 소비심리 위축 등이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경기부양책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핵실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할 경우 이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 커지는 경기부양 목소리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16일 열린 공개회의에서 `인위적 경기부양'을 놓고 가벼운 논쟁을 벌였다.

우리당 비대위 비상임위원인 이석현 의원이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보다 획기적인 경기부양책, 종래 표현으로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논쟁의 발단이 됐다.

이 의원은 "정부는 신주단지처럼 모셔온 균형재정 기조를 과감히 탈피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정책자금을 풀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며 서민 대중을 위한 복지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발언에 김근태 의장이 "취지는 잘 알겠지만 인위적 경기부양을 강조하지는 말자"며 "`인위적 경기부양'이라고 하면 부작용을 수반해도 좋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으나 이 의원은 재차 `인위적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13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북한 핵문제의 영향과 관련해 적극적인 경기부양과 함께 모든 시나리오별 철저한 대응책을 주문했다.

우리당 문석호 의원은 "내년도 통합재정수지는 지나치게 경기중립적이어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재정집행을 앞당기고 내년 말께 착공 예정인 혁신도시 등 국책사업을 가능하면 앞당겨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가능한 경기부양책은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안이 애초 예상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북한 핵실험 직후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나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좀더 상황을 지켜보며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북핵 사태 이후 커지는 경기부양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올해 말 확정할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경기확장적(경기부양) 기조로 삼고 재정 조기집행과 금리정책까지 포함한 거시경제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13일 국회 재경위의 국감에서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 악화할지 예측 불가하지만 북한 핵실험 사태는 최대의 경기하방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거시경제정책 기조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재정의 조기집행과 민자사업(BTL) 확대 등이다.

권 부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과 관련해 "재정정책에서는 재정의 조기집행 정도가 사용 가능하다"고 국감에서 말했다.

권 부총리는 또 경기를 위해 선제적 금리정책을 강하게 주장해달라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에 "염두에 두겠다"고 밝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을 위한 선제적 금리정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그러나 감세(減稅)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 "섣부른 경기부양책 신중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선제적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섣불리 쓰기 보다는 북한의 핵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좀 더 사태진전을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이번 결의안이 무기와 관련된 거래나 선박 검수 등의 제재를 포함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경제적이고 직접적 제재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큰 흐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적인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유효하지만 앞으로 북핵 문제 흐름이 예측과 어떤 차이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결의안이 아니라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라며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섣불리 부양책을 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정책은 다소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지만 재정은 정책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규모나 시점은 정말 필요할 때 신중하게 써야한다"며 "위험요인이 있다고 바로 부양책을 쓰기 보다는 위기가 고조되고 투자심리 급랭, 자금이탈 등이 현실화되면 그때 가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박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