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최근 어처구니없는 일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북 핵실험 폭풍이 강타한 지난 9일 코스콤(옛 증권전산) 선물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며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일부 증권사들까지 최대 20억~30억원의 손실을 봤다. 선물가격이 추락했는데도 시스템이 2~3분씩 두 차례 다운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전날 종가로 표시됐기 때문이다. 이 가격을 믿고 선물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과 증권사들은 큰 손해를 봐야 했다.

투자자들은 한 포털 카페에 '10·9 선물 사고 보상대책협의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코스콤의 안일한 사태 인식과 미온적인 대응이 투자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핀 셈이다. 증권사들도 코스콤과 손해배상 여부를 놓고 다툼을 벌일 태세다.

지난 12일엔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분석보고서에서 잘못을 저질렀다.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며 SK텔레콤측에 장비를 공급하는 한 코스닥 상장사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측은 와이브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파문이 커지자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을 'drop(중단)'한다고 표현한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았다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 애널리스트가 뒤늦게나마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의 글을 올린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T사 주가는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고 하루 만에 1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증권 시스템 담당 회사와 애널리스트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투자자 보호'다. 시장의 중요한 참가자로서 코스콤은 오류없이 시스템을 유지하고,애널리스트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실적을 전망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건 정말 어렵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점검,정확한 투자 정보 제공은 해당업체의 신뢰를 높이는 길인 동시에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서정환 증권부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