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일주일째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대내외 금융시장의 모습을 보면 비교적 평온하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이 그렇다.

전통적으로 북핵 실험과 같은 지정학적인 위험이 발생하면 안전통화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경향(flight to quality)이 뚜렷해진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자본시장에서는 국채 등이 선호되는 과정에서 주가와 채권수익률이 하락한다.

위험이 좀더 오랫동안 지속되면 국제 유가는 오르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는 것이 관례였다.

종전과 달리 이번에 비교적 평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국제투자자들이 지정학적 위험과 기초여건(fundamentals)을 분리해서 투자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대로 라면 세계 경기는 연착륙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고 유동성도 풍부해 북핵 실험의 여파가 인접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변수는 많으나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단계별 제재수위로 논의되고 있는 △유엔안보리 승인하의 경제제재 △전면 해상봉쇄 △군사제재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최악의 시니리오인 군사제재 가능성은 미국이 11월에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과 중국 등과의 입장차를 감안하면 희박하다는 것이 국제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지난 주말에 합의된 유엔의 대북 제재안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의 중간 단계인 북한의 외화조달 창구를 조이는 경제제재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 유엔의 제재안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은 북핵 실험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움직임과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금융제재가 워낙 강하게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주석 펀드'는 연간 3억∼5억달러의 잔액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엔 1억달러 이하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두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하나는 북핵 실험이 우리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미국의 무디스를 비롯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크게 지정학적 위험과 경제위험을 감안하고 있지만 갈수록 경제위험을 중시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북핵 실험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될 조짐이 나타나면 그때 가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일본이 우리 이상으로 영향을 받느냐 하는 점이다.

여러 견해가 있으나 일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와 마찬가지로 당사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이 그 어느 국가보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의지를 표명해 온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북한이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

우리 정부에 대한 주문사항도 있다.

국제 투자자들은 북핵 실험의 사후처리나 앞으로 있을 모든 북한 문제는 미국 등 국제공조 체제의 틀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노무현 정부의 독자적인 해결능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일한 맥락에서 선제적인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해 이번 사태로 실망을 크게 느끼고 있는 우리 국가정보기관의 위상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해 모든 면에서 걸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우리 경제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문은 정책 당국자가 곱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