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KT 등 국내 20대 기업(매출 기준)의 노조전임자가 선진국에 비해 최고 7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노동부가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대 기업의 노조전임자 현황과 관련 기업에 따르면 20대 기업 노조의 전임자 1인당 노조원수는 노조별로 200~1428명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하지만 노조가 강성이거나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노조전임자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여온 현대차 노조의 경우 조합원수 4만2309명에 공식 전임자수는 90명으로 노조전임자 1인당 노조원수가 470명에 달했다. 그러나 여기에 노사공동위원,교육위원,사업부대표 등 임시노조상근자까지 합할 경우 실제 전임자수는 21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임자 1인당 노조원수가 200명인 셈이다.

기아차노조의 경우도 공식 전임자수는 73명이지만 실제 전임자수는 142명으로,노조원 194명당 전임자가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조합원 1500명당 전임자가 1명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노조 전임자수가 7배 이상 많다.

노동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노사갈등이 특히 많은 이유를 이처럼 과다한 노조전임자에서 찾고 있다. 딱히 할일이 없는 전임자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투쟁전략을 짜거나 상급단체의 연대투쟁 등에 참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합원들의 복지향상이나 고충해결 등은 뒤로 한 채 사용자와의 싸움을 위해 존재하면서 사업장에서 파업을 밥먹듯이 벌인다는 분석이다.

노동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대기업의 노조전임자 현황'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강성노조,온건노조 할 것 없이 전임자수가 과다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특히 강성노조에 전임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온건노조 역시 전임자수가 많긴 마찬가지다. 강성노조가 사용자를 압박해 전임자를 늘린 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전국 100여개 지사에 있는 전임자까지 합할 경우 총 노조 전임자는 126명으로,노조원 242명당 전임자가 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선진국의 경우 전임자 1명당 노조원수는 일본 500~600명,미국 800~1000명,유럽이 1500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전임자수가 훨씬 적은 편이다. 게다가 이들의 임금은 전액 노조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처럼 전임자 임금을 회사에서 지불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u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