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노사갈등이 특히 많은 이유를 과다한 노조전임자에서 찾고 있다. 노조 전임자수가 많게 되면 노조사무실에서 뾰족히 할 일이 없게 되고,그러다보니 투쟁전략을 짜거나 상급단체의 연대투쟁 등에 참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합원의 복지향상이나 고충해결 등은 뒤로 한 채 사용자와의 싸움을 위해 존재하는 셈이다.

노동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대 기업의 노조전임자 현황'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강성노조,온건노조 할 것 없이 전임자수가 과다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특히 강성노조에 전임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성노동운동을 펼쳐온 현대차와 기아차노조의 실제전임자수는 각각 211명(노조원수 200명당 1명)과 142명(노조원수 194명당 1명)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과다한 노조전임자가 노조사무실에 상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파업전략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결국 이들 사업장에서 파업이 밥먹듯이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온건노조 역시 전임자수가 많긴 마찬가지다. 강성노조가 사용자를 압박해 전임자를 늘린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노조원이 3만551명인 KT의 경우 전임자수는 26명(전임자 1명당 노조원 1173명)으로 일본 미국 등의 노조에 비해선 오히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국 100여개 지사에 있는 전임자(대부분 1명)를 합할 경우 전임자는 126명(전임자 1명당 노조원 242명) 이상으로 급증한다. 이 회사는 한때 분규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노사관계가 나빴지만 지금은 상생의 노사문화가 정착돼 있는 곳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u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