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지급 능력이 최상급인 '트리플A(AAA)'신용등급 회사채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릴린치의 분석 결과를 인용,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매기는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받은 회사채가 전 세계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 들어 8% 수준으로 1990년대 중반 15%에서 반토막이 났다고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신용등급이 우수한 우량 회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현금이 풍부해져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줄어든 것이 AAA 회사채 비중이 낮아진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높은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는 미국 회사채와 미 10년만기 국채의 스프레드(금리차)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AAA 회사채와 미 10년물 국채의 스프레드는 지난해 1월 0.6%포인트에서 최근엔 0.9%포인트로 커졌다.

미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이 연 4.7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AAA 회사채 수익률이 연 5.65%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우량 회사채가 팔린다는 얘기다.

반면 낮은 신용등급의 고수익 회사채(하이일드 채권)는 미 10년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지난해 5월 9.5%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엔 6.5%포인트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고수익 회사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이 이렇게 바뀌자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진 일부 회사들은 '트리플A'의 자부심을 버리고 채권발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신용등급을 낮추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상황은 신용평가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디스의 미국 기업금융담당 책임자인 다니엘 커리는 "트리플A 등급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가 미국에서 AAA 등급을 부여한 회사는 현재 보험사 MBIA와 식품회사 네슬레 등 7개사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AAA 회사채의 인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고수익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릴린치는 기업의 수익성이 둔화될 경우 투자자들은 우량한 회사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높은 신용등급의 회사채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용어풀이]

◆하이일드(high-yield)
채권=고위험·고수익 회사채.재무구조가 나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로 위험성이 큰 만큼 높은 수익이 주어진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단계에서 'BB+'이하를 가리키는 게 일반적이다.

이 채권과 비슷하거나 투자 위험이 더 높은 채권을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