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은 글을 잘 쓴다. 그가 서울대 재학시절 학내 폭력행위 등의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쓴 '항소 이유서'는 당시 언론이 대서특필할 정도의 명문(名文)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쓴 10여권의 책들 가운데 '거꾸로 읽는 세계사'나 '부자의 경제학,빈민의 경제학' 등은 복잡한 경제나 역사,정치 문제를 알기 쉽고 간결하게 풀어낸 책으로 지금도 '피끊는' 청춘들의 애독서로 통한다.

유 장관은 최근엔 복지부 홈페이지에 블로그를 만들고 직접 글을 쓰고 있다. 현안과 정책들을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장관이 자신의 장기(長技)를 살려 직접 글을 쓰고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이의를 달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장려할 만하다.

다만 몇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어 지적코자 한다. 지난 10일 게재된 '의료급여제도에 관한 공개 반성문' 같은 게 그런 것이다. 유 장관은 이 글에서 연간 4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의료급여제도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 세금이 한 푼이라도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반성과 제도 개선에 대한 약속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현직 장관의 공개적인 반성이 가져 올 부작용이다. 유 장관은 "(과거) 관련 공무원들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직 장관의 '대국민 반성문'이라는 유례없는 이벤트를 통해 정책 운용의 과오를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그는 '공권력 훼손'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반성은 내부적으로 하면 될 것이며,제도 개선은 공청회 등 절차를 통해 해 나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폭로를 하듯 "그동안 이런 일도 있었다"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 더구나 복지부는 이와 똑같은 내용으로 이미 지난 4월 말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다. 굳이 유 장관이 감기 걸린 몸으로 연휴기간 동안 A4용지 15장짜리 대국민 반성문을 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 장관은 현재 자신의 위치가 정치인이 아니라 현직 장관이란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