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3.4분기 어닝시즌이 북한 핵실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증시에 단비가 돼주기는 커녕 상승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기업들의 3.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당초 전망보다 부진한 -1.2%로 전망했으며 교보증권은 3.4분기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작년 동기대비 -0.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도 당사 선정 종목군(173개) 및 업종대표 종목군 등의 기업들의 3.4분기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각각 2.3%, 8.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번 어닝시즌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미 기업들 중에서 가장 앞선 전날 장 마감 후 3.4분기 어닝시즌의 첫 테이프를 끊은 LG필립스LCD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LG필립스LCD[034220]는 3.4분기에 3천8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내년 상반기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지도 기약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대규모 영업손실과 어두운 실적전망으로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LG전자의 경상이익도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LG필립스LCD에 이어 오는 13일과 16일에 각각 POSCO[005490], 삼성전자[005930]가 잇따라 실적을 발표하는 등 3.4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될 전망이나 장세를 돌려놓을 만한 '깜짝 실적' 발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보증권은 POSCO의 3.4분기 영업이익이 1조909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7.4% 감소하지만 전분기에 비해서는 15.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도 1조8천15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는 14.6% 줄고 전분기에 비해선 28.0%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현대차와 국민은행의 영업이익도 각각 2천826억원, 9천677억원으로 예상됐다.

현대차의 3.4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에 비해 5.4% 정도 증가할 전망이나 전 분기대비로는 30.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고 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동기에 비해 14.7% 감소, 전 분기대비 11.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박석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어닝시즌이 북핵 관련 리스크를 완화 시켜줄 것이라는 시장 기대와 달리 기업들의 실적 결과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의 경우 3.4분기 S&P 500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여전히 하향 조정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미국과 국내 경기 모멘텀은 약화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 리스크의 영향력이 반감돼 국내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더라도 앞으로 본격화될 국내외 어닝시즌의 불투명성이 상승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본격 매수 시점은 다음주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종별로는 조선, 철강, 화학 등의 업종들의 이익이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지만 그간 실적 호전 기대를 받아온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해선 정작 어닝시즌 초입 무렵부터 다소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날 IT 업종에 대해 이익모멘텀의 저점이 당초에는 2.4분기로 점쳐졌으나 예상보다 늦춰진 3.4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4.4분기에도 실적 감소세가 둔화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체 기업들의 4.4분기 실적은 큰 폭의 증가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3.4분기 실적 실망에도 주가 낙폭은 깊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함성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4.4분기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3.7%, 8.3%로 전망되기 때문에 4.4분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추가적인 주가 낙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증권도 "기업들의 4.4분기 영업이익은 4.3% 증가세로 전환해 이익모멘텀은 큰 폭의 상승세로 반전, 2004년 4.4분기 이후 9개 분기 만에 나타나는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며 "유틸리티, 산업재, 필수소비재 등의 업종들의 이익모멘텀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