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올해 태어난 지 33주년이 되는 장수 브랜드다.

기록도 즐비하다.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는 8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데다 가공 우유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 돌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1974년 6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계로 25억개가 팔려 나갔다.

무게로 따지면 50만t을 넘는 것으로 12t 덤프트럭 4만2000대 분량이다.

지금도 하루 70만개가 팔려 나가고 있다.

빙그레의 '효자'인 셈이다.

○통통한 배불뚝이 용기로 인기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독특한 용기와 이미지라 할 수 있다.

통통하고 넉넉한 배불뚝이 용기 때문에 처음 선보일 당시 월남전 파병용사를 중심으로 '수류탄 우유'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대중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장독대의 항아리를 닮았다고 해 '항아리 우유','단지 우유'로 불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이미지 외에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는 당시 생산 기술 면에서도 파격적이었다.

우유 용기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기존 유리병과 비닐 팩의 재질을 탈피해 80년대 후반에서야 일반화한 '폴리스티렌' 용기를 이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포장 부문의 혁신을 이룬 것.

또 마실 때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목 부분에 턱을 만들었고 바나나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반투명 용기를 활용했다.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독특하고 차별화한 맛은 인기 비결의 기본이다.

바나나맛 우유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르고 난 후 식품업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던 바나나맛 우유도 90년대 초반 꽤 오랜 기간 매출 정체라는 반갑지 않은 상황을 맞았다.

빙그레 마케팅실이 바빠졌다.

대대적인 소비자 조사에 나섰다.

소비자의 판단을 알아야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터.판매채널,주 소비층,제품 이미지 등에 대한 분석을 2년에 걸쳐 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큰 구매력을 보유한 목표 계층을 설정해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전력을 기울였다.

젊은층이 주로 접하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한 'PPL(Product Placement·특정 회사의 상품을 영화나 드라마 등의 소품으로 사용하여 광고 효과를 얻게 하는 것) 광고'로 오래된 브랜드가 갖고 있는 다소 진부한 듯한 이미지를 극복하려고 했다.

고객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고 언제나 고객 곁에 있는 건강한 브랜드,친근한 브랜드를 강조하는 광고를 수년간 계속해온 것.

젊은층 마니아도 생기면서 자생적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빙바사모'(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성공회 푸드뱅크 후원 및 해비타트 자원봉사단 모집 등 사회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 라이트로 젊은층 공략

유통 측면에서도 변화를 선도,높은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속 위주의 구매가 하나의 큰 소비 패턴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를 네 개들이 묶음 형태로 출시했다.

소비자 구매 패턴을 조사한 결과 두 개 내지는 세 개씩 사는 소비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네 개들이 묶음을 출시한 것이다.

최근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일자 그 흐름에 맞춰 지난 3월 저지방 '바나나맛 우유 라이트'를 출시했다.

건강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특히 아름다움에 관심이 높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웰빙을 지향하는 새로운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빙그레는 이들을 주 고객층으로 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 라이트'는 기존 바나나맛 우유의 자매품으로 지방의 함량을 기존 가공 우유 제품의 절반 이하인 1.5%로 낮추고 바나나맛 우유 고유의 부드러운 맛에 깔끔함을 더한 제품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