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3%→2005년 78%→2006년 9월 현재 98%. 2003년 이후 전 세계에서 매년 발주된 LNG선(액화천연가스운반선) 중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한 선박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크루즈선(유람선)과 함께 가격이 비싸고 부가가치도 높은 대표선종인 LNG선 건조 시장에서 최근 수년간 사실상 '싹쓸이' 수주를 하고 있다.

2003년엔 세계적으로 LNG선 15척이 발주됐는데,그 중 한국 조선사는 12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체는 2004년에 71척 중 52척을,2005년에는 42척 중 33척을 각각 수주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올해 역시 국내 조선사의 LNG선 수주 실적은 탄탄대로다.

올 들어 지금까지 32척이 발주된 LNG선 중 국내 조선업체는 30척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려 93%에 달하는 비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까지 LNG선은 170여척이 추가로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의 독점적 수주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 20년 만에 이룬 LNG선 절대강국

LNG선은 척당 가격이 2억달러를 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첨단선박''선박의 꽃' 으로 불린다.

LNG선은 유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163도로 액화시킨 상태로 운박하는 선박.1990년대 이후 환경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청정연료인 천연가스와 이를 운반해야 하는 LNG선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LNG선은 일본(미쓰비시,가와사키,미쓰이) 프랑스(아틀란틱) 스웨덴(크바나마사)의 일부 조선소만 건조했다.

그만큼 높은 기술이 요구되서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은 1980년대 중반 LNG선 건조 시장에 뛰어든 지 20년 만에 절대 강자로 부상하게 됐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LNG선 건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86년 평택LNG기지가 오픈돼 말레이시아에서 LNG를 첫 수입한 때부터다.

이때부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관련 사업팀을 신설하고 설계 등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조선소들은 정부가 1990년대 4차례에 걸쳐 발주한 총 17척의 '국적 LNG선'을 건조하면서 LNG선의 설계 및 건조 기술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는 품질·납기·가격 등 제반 측면에서 다른 나라 경쟁업체를 압도하면서 수출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 기술개발과 고부가가치화가 비결

국내 조선소가 LNG선 절대강자로 부상한데는 독창적인 기술개발,의장·자재업체의 계열화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게 주효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은 1990년대 말 △장기계약을 통한 자재 구매 가격 인하 △IAS(통합자동화시스템)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 등을 통해 당시 척당 2억2000만달러를 넘던 13만5000㎥급 LNG선 가격을 1억7000만달러로 낮춰 'LNG선 대중화'를 촉발했다.

삼성중공업은 2000년 이후 △연료비 절감효과가 큰 '전기추진 LNG선' 개발 △플라즈마 자동용접기 개발 △자동용접 로봇의 현장투입 등 혁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원가절감에 앞장 서 왔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재 LNG선을 고부가가치화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우선 기존 LNG선이 대형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재 21만㎥급 '초대형 LNG선'까지 수주한 상태이고,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26만㎥급 '극초대형 LNG선'을 수주하기도 했다.

또 차세대 신개념 LNG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액화 천연가스를 실어 나르기만하던 기존 LNG선에 재기화 설비를 탑재,육상 LNG기지 조성 비용을 절감시킨 'LNG RV'를 개발했다.

LNG RV의 가격은 같은 크기의 LNG선 가격보다 30% 정도 비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천연가스를 액화 상태가 아니라 고압으로 압축된 기체 상태로 운반할 수 있는 CNG선과 PNG선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 한진중공업 등도 가세

LNG선 시장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이른바 '빅3'가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 등 나머지 조선사도 속속 LNG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작년 10월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한진중공업은 1990년대 중반 아시아 최초로 LNG선 4척을 건조했던 기술과 경험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NG선 수주 시장에서 돌풍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실제 한진중공업은 작년 10월 이후 한국가스공사가 수주한 LNG선 등 2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향후 한진중공업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는 한편,필리핀 수빅만 70만평 부지 위에 2016년까지 연산 60만DWT(적재중량톤수)급 조선소를 건설,세계 5대 조선사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