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시장은 차분하다.

기술주 붐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 1월14일 환호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다른 것은 분위기만이 아니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제쳐두고 다우지수만 '나홀로 최고'를 기록했다.

그것도 기술주 등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주'가 아닌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구경제(old economy)주'가 선두에 섰다.

2000년 1월14일과 2006년 10월3일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가장 다른 점은 다우지수만 '나홀로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다우지수는 이날 장중 최고치 11,758.95와 종가 11,727.34를 기록,둘다 최고 기록(종전 11,750.28과 11,722.98)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와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최고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날 나스닥지수 종가는 2243.65포인트.사상 최고였던 5132.50(2000년 3월10일)에 비해선 56%나 낮다.

S&P500지수도 1334.11로 최고치인 1527.46(2000년 3월24일)보다 12%나 뒤져 있다.

다우지수를 사상 최고로 견인한 주체도 다르다.

2000년에는 다우지수에 편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텔 IBM HP 등 기술주들이 닷컴 바람을 타고 다우지수를 이끌었다.

이번엔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와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 등 이른바 '구경제주'가 선봉에 섰다.

기술주의 상징인 인텔이 최근 52주 동안 다우종목 30개 중 가장 큰 16%의 하락폭을 나타낸 것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다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이변이 연출된 것은 역시 경기가 다른 탓이다.

2000년에는 1990년대 말의 닷컴과 기술주 붐을 바탕으로 경기가 막바지 확장 국면이었다.

실업률은 4.1%,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로 낮았다.

주택가격과 유가도 안정됐다.

여기에 기술주에 대한 환상이 지배했던 터라 시중 자금은 증시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경기는 수축국면이다.

금리 인상 행진이 중단됐다고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여전히 높다.

유가가 하락세를 보인다지만 언제 다시 튀어오를지 모른다.

경기도 연착륙 가능성이 높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러다보니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을 평가절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상승 기반이 허약한 만큼 2000년처럼 다시 무너져 내릴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둔화 국면에서 이뤄낸 사상 최고치인 만큼 저력이 상당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000년처럼 거품에 의한 사상 최고가 아닌,기업 실적에 의한 최고인 만큼 의미는 오히려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만큼 변동성을 띠겠지만 당분간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열정과 환호 대신 자리잡은 냉정함과 차분함이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지 주목할 일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