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정부가 최근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하고 북한을 설득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다.

북한은 "미국의 반공화국 고립압살 책동이 극한을 넘어서 최악의 상황을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들었다.

특히 미국의 금융제재를 정면에서 돌파하겠다는 노림수로 보인다.


○미·일 협공 제재 돌파용

북한은 오랫동안 지하 핵실험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강행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며 시점을 저울질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을 택해 천명한 이유에 대해선 일본에서 아베 신조 새 정권이 출범한 것과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후보 시절부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며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개편하는 것의 당위성을 역설해 여론몰이를 했던 인물이다.

그가 총리 취임 직후 8일 중국,9일 한국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서둘러 잡은 것에 북한이 상당히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정상 회담에서 대북 압박의 필요성을 거론할 경우 북한은 고립무원의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예정돼 있어 그 전에 큰 것(핵실험)을 터뜨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물줄기를 바꿔놔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더 많은 양보 요구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한국 미국 중국이 초안을 마련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최근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중 합법적인 돈을 풀어주는 것 등의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단독 대화와 금융 제재 해제 등 북한의 요구와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현재의 위기국면을 고조시킴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것 같다"며 "핵실험에 무게가 있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압박에 방점이 실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련국들과 협의 시작"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학연구부문에서는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시험을 하게 된다"고 밝혀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핵실험 강행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태도를 얼마나 누그러뜨리는지를 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는 "관련국들과의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북한과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라 전망이 밝지는 않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해외안보팀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돼 한국과 중국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성공 여부를 떠나 한반도 긴장 고조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