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6일 서울 63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자 감소가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게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며 "경영자들이 기업가 정신을 살려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미래에셋의 역할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펀드를 통한 요구가 기업경영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선 "경영 간섭으로 비칠 정도의 직접적인 투자 압박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필요할 경우 상장사에 대해 무례하지 않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대신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과 의견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일부 외국계 펀드의 부당한 배당 압력 등이 있을 경우 한국 사회 전체가 다른 목소리를 분명해 내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펀드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흔히 배당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투자자의 경우 배당보다 성장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주 매입시 외국인들이 거의 대부분 매물을 쏟아내는 현상은 성장 대신 주가 관리에 나서는 데 대한 실망의 표시라는 설명이다.

공모펀드가 투자든 배당이든 뭔가를 요구하는 게 경영 간섭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경영권에 관심을 갖거나 경영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펀드는 기업의 성장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경영이 투명하지 않고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안주할 경우 펀드 가입자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도 투자를 권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던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스러져간 이유도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의사를 전달하고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발언권을 행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연기금 등이 하는 행동과 비슷할 수 있다"면서도 섀도보팅(펀드 의결권 행사시 다른 주주의 찬성과 반대 비율을 그대로 따르는 것) 관행에 변화를 줄 것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펀드의 영향력 행사는 한계가 있어야 하지만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얘기할 부분은 기업에 전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회장은 "중국 인도 등 30억명에 달하는 거대한 새 경제권이 아시아로 편입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전망이 상당히 밝다"며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다 보면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키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투자 증대와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의 생존 경쟁에도 뼈있는 말을 던졌다.

"지금의 증권업계 구도는 2∼3개의 강력한 증권사가 이끄는 형태로 변화해야 합니다.

대형화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이 다른 큰 증권사를 인수할 수도 있고,양보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백광엽 기자 kecp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