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을을 탄다.

가을이 되면 괜스레 기분이 상쾌해지고,온 몸에 힘이 솟아나며,때론 황홀한 로맨스를 경험하는 상상을 한다.

정확한 원인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서 찾을 수 있다.

남성을 더욱 남성답게 해 주는 테스토스테론은 뇌에 작용해 성욕을 높여 주는 기능을 하는데,이 호르몬이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남성들은 로맨스를 꿈꾸는 것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정확하고도 가장 적절하게 제 모습과 빛깔을 바꾸는 자연의 변화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이 변화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은 곧 심신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며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백곡이 풍성한 추분이다.

옛날 중국은 추분을 우레 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되고,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으며,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생리 체계도 계절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따라서 변하게 되어 있다.

가을의 기후 변화에 따라 생리 체계에 변화가 생겨 여름내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식욕이 왕성해지고 소화 흡수력이 높아져 보약 먹기도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웃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중년 남성들은 가을을 평범한 계절로 느끼기 시작한다.

문제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우울증,성욕 감소,기억력 감소,복부 지방량 증가 등의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테스토스테론은 40세 이후부터 매년 1% 정도씩 감소하는데 이르면 35세 이후부터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 다들 느낄 것이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어쩐지 언제부턴가 가을이 와도 별 느낌 없이 지나갔구나…. 아니지 난 우울하기까지 하고… 깜빡깜빡 잊어먹기도 잘하고… 게다가 성욕도 없어져 아내를 봐도 본 둥 만 둥… 가까이 가고 싶은 생각이 없더란 말이지….

그러니 아내도 저녁밥 한 숟가락 차려 주고 어디로 가 버리면 말 없이 혼자 밥만 푹푹 떠 먹고 소파에 누워 뉴스나 보고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돌리다가 젊은 것들 떼거지로 나와 낄낄거리는 꼴 보기 싫어 꺼 버리고 피곤에 쩔어 아침까지 내처 자도 왠지 찌뿌드한 게 개운치가 않아 일어나기 싫지.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겨우 일어나면 어부인이 하사하시는 빵쪼가리 하나 꾸역꾸역 먹고 출근하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마비된 지 오래,철 지난 부부의 모습은 참으로 스산하다.

한때 기꺼이 사랑에 눈멀고 귀멀었던 청춘 남녀들이 같이 산 지 오랜 지금,입에 바늘을 물고 혀끝에 독을 바르고 거침 없이 찌르고 할퀸다.

원래 인생이 상처 주고받으며 인간 하나 제대로 이해하려 몸부림 치다 측은지심 안고 눈 감는 거라고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엉킨 실타래 풀고 서로를 향해 한 발 다가서야 한다.

가을이 되면 중년 남자가 느끼는 건 해가 바뀌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가을이 되고 곧 겨울이 되겠다며 심란해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원래 가을 바람은 곁에 아내가 있어도 눈길 한 번 스칠 인연을 꿈꾸게 한다는데…. 중년들에게는 이것조차 사치일 수 있다.

이럴 때 남편을 새로운 기운이 가득하게 사랑스런 말 한 마디와 스킨 십으로 색다른 모습(?)의 신선한 아내를 선물한다면 남편을 싱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젊었을 때는 늘 푸를 줄만 알았지 가을이 되어도 꿈쩍 안 하는 무딘 남성이 되리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들이여! 이래저래 여기저기 남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왠지 쓸쓸하고 허전한 그들,사랑을 목놓아 찾고 있다.

빈틈 많은 가을,귀엽고 깜찍하게…. '사랑한다'는 러브 레터와 함께 추억의 타임머신으로 데려가 미소 짓게 한다면 가을날의 푸닥거리는 끝이 난다.

다시 살 맞대고 살맛 나는 상승 곡선을 기대하며….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