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국제경제환경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국제유가 하락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대세로 자리잡는다면 세계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걷히는 효과가 있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로 내려간 배경(背景)을 깊이 생각해보면 아직 불안한 구석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경기둔화, 중국의 긴축정책 등 수요 측면의 요인들과 맞물린 것이라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물론 투기적 요소가 어느정도 정리되고 또 이란 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완화된 점은 긍정적으로 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 돌변(突變)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을 어렵게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또다시 금리인상을 중단한 배경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FRB는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미국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유가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의 경착륙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부동산 침체 가능성 등 또 다른 불안요인을 미국 경제는 안고 있다. 자칫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좌우하는 소비가 부진해지면 그것은 곧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수출국들에도 그대로 타격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미·중 전략적 경제회의를 정기적으로 갖기로 한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단기적 이슈를 넘어 장기적 관심사에 관한 대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양국간 심각한 무역불균형,그리고 이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생각하면 꼭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다. 미국의 금리 흐름과 더불어 환율문제에 대한 양국간 조율에 따라 원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보면 환율변동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국제경제 환경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내년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는 대외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과감한 규제완화 등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