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지방이어서 애들 보육 문제에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회사가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간호사 영양사 취사원까지 배치하니까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네요."(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자력본부 계측제어부 이미예 대리)

강릉이나 포항에서 자동차로 꼬박 두 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울진원자력본부.그러나 지방에서는 보기 드물게 112명의 영·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직장보육시설이 있는 곳이다.

현재 보육아동수는 108명.

한수원은 전체 직원 7300여명 중 본사(서울) 근무 870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이 원자력본부와 수력발전소 등 전국으로 흩어져 순환근무를 한다.

그러다보니 자녀와 부인을 서울에 남겨두고 단신 부임하는 남성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울진본부도 전체 근로자(1403명) 가운데 1089명이 기혼자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다.

단신 부임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그런 까닭에 회사는 직원들의 보육 및 교육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4년여의 계획 수립과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 문을 연 울진본부 '꿈나무 어린이집'은 직원들 사택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대지 589평에 지어졌다.

단독 건물로 실외 놀이터 크기만 241평일 정도로 친자연적 시설이다.

원장과 사무원 이외에도 육아교육 전공자들로만 구성된 보육교사 10명,간호사·영양사·취사원·위생원 각각 1명씩을 포함해 모두 17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이들을 돌본다.

토요일도 낮 1시까지 보육서비스가 가능하다.

회사의 초기 설비투자 비용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은 3500만원을 포함해 총 19억2200만원.

이곳의 특징은 여타의 직장 보육시설과 달리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고 돌봐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아(0~2세)반은 생활주제를 중심으로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교육과정을 구성했고 유아(3~5세)반은 조각쌓기 음악 실외활동 인지능력 향상 등에 초점을 맞췄다.

영어 및 과학 학습은 물론 풍물과 다도(茶道) 등 전통학습과 견학도 융통성있게 이뤄진다.

매주 수요일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텃밭 가꾸기 등 생태학습에도 나선다.

보육료 부담도 낮췄다.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2세 미만은 17만원,2~3세는 13만원,3세 이상은 10만원이다.

정부가 정한 표준 보육료(만1세 30만8000원,만2세 25만4000원,만3~4세 이상 15만8000원)의 절반 수준으로 연간 운영비의 절반인 3억원을 회사가 지불하고 20%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

어린이집이 문을 열면서 울진본부의 분위기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천추영 울진본부장(58)은 "어린이집 이용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이 '만족한다'고 나왔다"며 "지역근무로 인한 보육 문제 해소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한수원은 울진의 성공 사례를 모델로 3개 지역본부와 본사에도 보육시설을 추가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