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壹鏞 < 한양대의료원 원장 choiiy@hanyang.ac.kr >

미국병원협회는 병원을 조직화된 의료 및 전문요원,병상을 포함한 연구시설,의료서비스, 그리고 지속적인 간호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하는 시설이라고 정의(定義)하고 있다.

우리에게 병원은 환자와 보호자,가족, 그리고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의료종사인력 약 30만명,병원 수는 4만5000개,병상(病床)수는 34만개,외래환자수는 연간 210만명,입원환자수는 연간 22만명으로 보고돼 있다.

이처럼 병원이란 1년에 200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드나드는 곳이며,30만명 이상의 의료인들이 이들을 맞이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병원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환자의 질병만을 치료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해 주는 장소가 돼야 할 것이다.

병원은 진료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와 기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 사회구조와 국민의식의 변화로,병원도 고품질의 다양한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병원경영 또한 변화돼 진료 외에도 원활한 행정서비스와 급식서비스 등 친절한 분위기가 병원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의료기관 및 의료원 위주의 경영 환경에 안주해 온 많은 병원들이 경영의 질(質)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계도 점차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변화돼 왔으며,이에 따라 병원도 본연의 의무와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집안에 한 명의 환자가 있다면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이들은 가족과 친지를 포함해 수십명에 달할 수 있다.

환자 한 사람이 입원했을 때에는 그 모든 이들이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이런 통계수치로 보면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를 비롯한 가족과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는 의료인들이 희망의 불꽃처럼 보이며 마치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희망과 꿈이 깨진 채 어쩔 수 없는 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매년 약 25만명이나 된다. 죽은 이와 비통해 하는 가족들을 바라볼 때 모든 의료인들의 마음은 현대의학의 한계를 안타까워하고 그들과 함께 슬퍼한다.

생명이 탄생하고 또한 생을 마감하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들의 모습을 늘 바라보며,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인 동시에 병원을 이끌어 가는 원장으로 바람이 있다. 환자와 보호자,병원에 종사하는 모든 의료인들이 가족처럼 하나가 되어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역할이자 보람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