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 스파이웨어' 시리즈 기사를 내보내는 동안 기자는 매일 독자들의 '전화응원'을 받았다. "스파이웨어라면 지긋지긋하다"며 울분을 토하는 사람,"미치겠다"며 혼내주라는 사람…. 대부분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태가 터진 게 언젠데 이제야 다루느냐"며 질타하는 독자도 있었다.

한 독자는 "휴대폰 요금에 붙어 석달째 돈이 빠져나갔다"며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더럽고 치사한 놈들이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회사 소재지를 알아낼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독자,"고소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독자도 있었다.

나름대로 '정도'를 걷는다고 자부하는 보안업체 사람들은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기자에게 가짜 안티스파이웨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신중했다. 가짜 안티스파이웨어 업자한테 소송을 당하기라도 하면 귀찮아질 테니 실명을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취재 도중에 스파이웨어 공급자로 지목받는 업체에 수없이 전화를 걸었다. 십중팔구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업체 여직원은 "우리 회사 제품은 스파이웨어가 아니다" "자동으로 깔리지도 않는다"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휴대폰결제 업체를 통해 확인해본 '피시X'란 업체는 사장과 여직원 2명이 전부였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스파이웨어에 당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보안업체 모의해킹 담당자는 "우리도 스파이웨어 지우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독자들은 대부분 스파이웨어 유포자와 이를 방치한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보안업체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소프트웨어는 무조건 공짜라고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정품을 써주지 않으니 보안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말도 했다.

정부는 틈만 나면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보안 없는 'IT 강국'이 과연 존재할까. 국민은 공짜 프로그램만 찾고 정부는 방관하고…. 그저 스파이웨어를 단속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이해성 IT부 기자 l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