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없는 부인과 자녀 명의로 판교 중·대형 아파트를 당첨받을 경우 증여세가 부과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진행될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은 이미 판교 2차 분양 아파트 당첨자 전원에 대해 강도 높은 자금출처 조사를 벌일 것을 예고하고 있어 무소득 전업주부가 판교 아파트에 당첨될 경우 예외없이 증여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금출처 조사는 증여세 부과는 물론 청약당첨 사실을 취소시킬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어 판교 당첨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내달 판교 계약 직후 곧바로 조사

국세청은 다음 달 12일 당첨자 발표 이후 진행되는 판교 계약 일정이 끝나는 대로 계약자 명단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어 계약 당사자의 연령·직업·신고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자금 동원 과정에 의심이 가는 대상자를 추리게 된다.

이 대상자를 상대로 당사자와 가족구성원 간의 자금흐름도 면밀하게 분석해 자금출처를 최종적으로 밝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득이 없는 자녀와 부인 명의로 당첨된 아파트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아울러 계약금은 냈더라도 자금마련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계약자는 중도금(5회)과 잔금을 낼 때마다 본인 자금으로 냈는지 등을 분석하고 분양권 불법거래 여부도 검증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계약금·중도금·잔금을 은행 등 금융권에서 빌렸을 때에는 대출액의 적정성 여부와 본인 자금으로 변제하는지도 관리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전매가 제한된 분양권의 불법거래 사실이 적발되면 당첨 취소는 물론 부동산중개법 등 관련법규 위반 혐의를 적용해 관계기관에 명단을 통보할 방침이다.

1차 분양때 31명 적발

지난 3월 판교 1차 분양에서는 현재까지 총 31명의 계약자가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 과정에서 세금탈루혐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5월 당첨자 발표 이후 계약금만 치른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중도금 납입 과정에서 조사대상자가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판교 1차 분양 시 34평형 아파트에 당첨된 A씨(30)는 직업과 뚜렷한 소득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2년부터 2년간 6억원을 호가하는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4차례나 취득·양도한 사실이 파악돼 공인중개사인 부모로부터 취득자금을 받고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33평형에 당첨된 B씨(50)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고 청약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 주택 2채 중 1채를 처남에게 명의신탁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매규제 풀릴 때까지 조사 지속

국세청은 이번 판교 2차 분양의 자금출처 조사 대상자가 1차 분양 때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교 2차 분양 물량은 실분양가가 8억원이 모두 넘는 중·대형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당첨자들이 자금조달 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 규제가 강화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정상적인 대출이 이뤄지는지에 단속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신세균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은 "자금부담이 큰 판교 중·대형은 중간에 분양권을 불법거래할 가능성도 높다"며 "판교 입주 및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는 시기까지 세무조사를 계속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 인력으로 판교 아파트 당첨자 전원에 대해 일일이 모든 자금 출처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세청이 당초 공언과 달리 뚜렷한 투기 혐의자에 대해서만 일벌백계식 조사와 세금부과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 경우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 엄포 때문에 청약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뒤늦게 불만을 터뜨려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차병석·이정호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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