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연강판 392만t 대 662만t,아연도금강판 377만t 대 566만t.'주요 냉연제품의 올해 예상 국내 소비량과 생산량을 비교하는 수치다.

냉연강판은 생산량(662만t)이 소비량(392만t)의 1.7배 수준이다.

아연강판도 역시 생산량(556만t)이 소비량(377만t)보다 1.5배 많다.

한마디로 국내 냉연제품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냉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원인을 "원재료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냉연업계가 자칫 공멸의 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따라서 "감산을 하든,구조조정을 하든 활로를 찾아야 할 때"라고 철강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근시안적 증설의 후유증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전체 냉연제품은 1534만t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출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45.0%인 690만t 수준이다.

반면 수입물량은 114만t이었다.

통상 수입을 넘어서는 수출물량은 공급 초과 물량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김경중 삼성증권 기초산업파트장은 "내수와 수출 비중이 75 대 25는 돼야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지만 국내 냉연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다 보니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 냉연업계의 공급 과잉 상태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3~2004년 철강 호황기 때 계획돼 투자하기 시작한 설비 증설이 속속 완료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냉연강판 생산능력(포스코 포함)은 2004년 말 1409만t에서 올해 말 1682만t으로 2년 새 19.3% 늘어나게 된다.

아연도금강판(컬러강판 포함)은 같은 기간 751만5000t에서 1008만7000t으로 34.2% 급증할 전망이다.

◆감산이냐,구조조정이냐

전문가들은 현재 냉연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인 공급 과잉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우선 거론되는 방안은 업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생산을 통제,감산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감산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김봉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치산업인 철강산업은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단위 제품당 고정비를 낮추는 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본 구조"라며 "관련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공급량을 줄이길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냉연업계의 구조조정 불가피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냉연업체 관계자는 "2009년부터 바오산철강 등 중국 5대 철강회사가 생산시설 증설을 완료하고 인도마저 철강생산을 본격화해 전 세계 철강제품 공급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국내 냉연업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의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