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처음으로 노동시장을 개방,필리핀 간호사와 장애인 복지사 등을 수용키로 했다. 필리핀은 첫 자유무역협정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글로리아 마카파칼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9일 오후(현지 시간)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노동시장 개방을 골자로 한 '경제연대협정(EPA)'에 서명했다.

경제연대협정은 일본이 자무무역협정을 기본 축으로 아시아지역의 경제 통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 방안이다.

일본과 필리핀의 EPA는 국회 승인을 거쳐 내년 봄쯤 발효될 전망이다. 일본의 EPA 체결 대상국은 2002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4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번 EPA경제연대협정 체결로 일본과 필리핀 간 무역 총액의 약 94%에 관세가 없어진다.

주목되는 부분은 일본의 노동시장 개방이다. 일본은 필리핀에서 간호사와 '개호(고령자나 장애인 등을 돌보는 일) 복지사'를 조건부로 수용하기로 했다.

수용 인원은 수백명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으로선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첫 노동시장 개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수용은 연구자 등 고급 전문 인력과 생산공장 연수생에 제한해 왔다.

조건은 있다. 의사 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일본어 능력을 가진 사람'을 취업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일본 체류 기간 상한선도 최대 4년 정도로 정하고 그 이상 체류하려면 일본 국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연간 수용 인력 400명 규모의 일본어 연수 시설을 준비 중이어서 연간 1만명의 수용을 요구하는 필리핀측 요구와 차이가 나고 있다.

일본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율은 불법 취업자를 포함해 1% 선에 불과하다.

이는 8~15% 인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노동시장 개방이 크게 뒤처진 수준이다.

그동안 일본 게이단렌 등 재계에서는 장래 노동력 부족에 대비해 외국인 노동자 수용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양국은 의견차가 큰 필리핀의 자동차 수입 관세 철폐 문제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필리핀측은 3000cc급 이상 대형차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대신 소형차 관세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2009년 재협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두 나라 정상은 EPA 서명에 맞춰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에도 서명했다.

인재 육성 및 금융 서비스 등 10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제연대협정은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 장벽을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본으로 하고 투자 및 지식재산권,인력 이동 분야까지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협정. 일본은 아시아지역의 경제 통합을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02년 싱가포르와 첫 협정을 체결한 후 이번에 필리핀과도 성사,4개국으로 늘어났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