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택배업체인 사가와규빈은 1t 이상 트럭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만 정규 사원으로 채용한다.

더욱이 트럭 운전을 잘해야 승진도 빠르다.

이 회사의 하토리 요시히로 이사는 명문 대학을 나왔지만 트럭 기사로 입사했다.

그는 대학 동기들이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편안하게 일할 때 트럭에 배달 물품을 싣고 땀 흘리며 일본 열도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트럭 운전에 자신이 붙은 그는 일본 전국의 트럭 기사들이 경쟁하는 트럭 드라이브 대회에 참가해 보기로 하고 열심히 안전 운전을 익혔다.

5cm 이내의 오차로 주차해야하고 직접 트럭을 5분 안에 정비해야 하는 등 갖가지 경쟁을 벌이는 트럭 운전대회에서 그는 결국 우승했다.

덕분에 남들보다 빨리 임원으로 승진하고 회사의 매출 확대에도 기여했다.

이 회사는 기초적으로 트럭 운전을 잘해야 인재로 인정해 준다.

이런 현장 중시 인력관리 덕분에 1966년 설립된 이 회사는 기업 간(B2B) 물류 분야에서 급부상하면서 야마토운수와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매출은 이미 8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등 10여개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CJ GLS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통신관 생산업체인 사이몬은 전 사원에게 검도를 가르친다.

이 회사는 사내에 검도장을 차려놓고 사원들이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 마음 놓고 검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회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려면 검도 초단을 따야 한다.

초단을 따지 못하면 결코 승진할 수 없다.

검도를 승진의 조건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회사측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려면 검도의 직선적인 공격 정신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1984년 장루이민은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전신인 칭다오냉장고 공장의 공장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이 회사는 147만위안의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이었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낸 냉장고는 불량 상태가 심각해 생산해 봤자 팔리지도 않았다. 때문에 재고품은 날이 갈수록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다. 이를 본 장루이민은 결단을 내렸다. 가장 먼저 불량품들을 공장 마당에 쌓아놓고 모조리 때려 부숴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에게 월급을 주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불량품이 발생하면 월급을 일정액씩 깎겠다." 대신 일을 열심히 하는 사원들에겐 보너스로 생선 3kg씩을 나눠 주는 등 인간적인 배려를 해 주었다. 이어 장루이민은 서비스를 혁신하기 시작했다. 자기 회사가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는 끝까지 애프터 서비스해 주는 정신을 사원들에게 심어 주었다.

하루는 중국 광둥성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이 이 회사의 세탁기를 주문했다. 배달 직원이 자동차에 세탁기를 싣고 가다 들길 한복판에서 차가 고장 났다.

다른 차편을 구할 수 없었던 배달 직원은 90kg짜리 세탁기를 등에 지고 걸었다. 그는 섭씨 38도의 무더위에 2시간30분 동안 걸어서 그 냉장고를 배달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가전제품 수리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가던 도중 산사태를 만났다. 이로 인해 찻길이 끊겨 버렸다. 산사태를 벗어났을 땐 벌써 시간이 밤 11시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그 직원은 고객이 사는 곳까지 걸어서 찾아갔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고객의 집앞에 도착했다. 그 직원은 고객을 깨울 수 없어 집 밖에서 날이 샐 때까지 기다리다 해가 떠오르자 그 집을 방문해 제품을 고쳐 주었다.

현장의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은 이같이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가진 사원을 키워냈다. 장루이민의 인재 경영에 힘입어 적자 투성이의 냉장고 공장이던 하이얼은 지금 중국 내 매출액 1위 기업이 됐다.

사실 이처럼 인재 경영이란 과일 나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본격 성장에 들어가기 직전인 봄날엔 가지 치기를 해 줘야 한다. 열매 맺지 못할 가지는 가차 없이 잘라내고 될 성싶은 가지는 육성해 줘야 한다. 이어 거름을 주고 물도 대 줘야 꽃잎이 핀다.

하지만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리면 가지가 늘어져 지탱하기 어렵게 된다. 이땐 열매가 더 자라기 전에 솎아내야 한다. 이어 병충해도 막아 줘야 하고 햇볕이 충분히 들게 해 줘야 빛깔 좋은 과일을 수확할 수 있다.

정수기 업체인 웅진코웨이는 좋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해외 연수를 통해 인재를 키워낸다. 이 회사는 인력 향상을 위해 해외 선진기업 벤치마킹 직원연수 프로그램인 'WAA(Woongjin Advanced Abroad)'를 실시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차례 직원들을 해외로 내보낸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직급 성별 소속팀에 관계 없이 4인 1조로 팀을 구성해 팀별로 △연수 국가 △일정 △벤치마킹 주제등을 직접 결정해 응모토록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신사업 아이템 개발과 문화 체험을 절반씩으로 구성해 연수 테마를 정한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하반기 해외 연수에는 직원들이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8개국을 20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그 덕택에 웅진은 신사업으로 주방가구 브랜드 뷔셀이 해외 명품 브랜드와 디자인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또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가능성 탐색 및 사업 추진도 이 연수 덕분이라고 한다. 기계제조업체인 천호메카트로의 경우 해마다 9월 초에 전 직원이 일본으로 연수를 떠나는 등 해외 연수를 통해 인력을 향상시키는 중소기업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해 한국경제신문사는 인재경영 우수 기업을 선정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