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마이애미 바이스'는 야수적 본능이 꿈틀대는 도시의 밤,마약 운반책으로 위장해 조직에 잠입한 두 형사와 범죄세계 간 대결을 그렸다.

한마디로 거친 남자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다.

두 주인공인 소니(콜린 파렐)와 리코(제이미 폭스)는 이런 마초(macho:스페인어로 '거친 남성다움'을 의미함)적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수염은 남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잘 기른 수염은 그야말로 '남성만의 관능미'를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패션 액세서리가 된다.

또한 수염은 자유로운 개성과 세련된 저항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유직과 전문직,예술가들이 많이 기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수염을 기르던 시대와 깎는 시대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남자들은 머리와 수염을 깎았는데 파라오만 권위의 상징으로 인조 수염을 달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쟁 중 수염을 잡히면 불리하다'는 이유로 수염을 기르지 않았는데,이때 이발소가 생겼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 때 수염은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부활했다.

당시 수염은 신사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자격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수염이 일부 특권계급의 것에서 대중적인 패션으로 바뀐 것은 물론 20세기에 들어서다.

그러나 최근 남성들의 '미용 제모(除毛)'가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안 열풍'과 '예쁜 남자 신드롬'이 몰고 온 영향으로,피부과를 찾아 영구 제모시술까지 받는다고 한다.

이들의 대다수는 자신의 필요성보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원해서 제모를 한다"고 말한다.

비약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여기저기 눈치 봐야 할 곳이 많은 남성들의 처지가 떠오르는 대답으로 들려 씁쓸하다.

수염을 기르든 매끈하게 밀든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줄 아는 멋진 남성이 그립다.

유미하(패션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