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강포스코에 기업 인수·합병(M&A)을 제의한 것은 성사 여부를 떠나 냉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재편된 철근업계와 달리 냉연업계는 심각한 공급과잉 몸살을 앓아 왔기 때문이다.

또 값싼 중국산 냉연 제품이 유입되고 있는 데다 원자재인 열연코일 가격도 상승해 냉연업계는 이래저래 사면초가 신세를 면치 못했다.

동부그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동부제강을 아예 매각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포항강판을 매입해 동부제강의 덩치를 불리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 과잉생산 얼마나

동부제강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포항강판 등 냉연업계는 지난해 1628만t의 냉연 제품(강관과 선재 제외)을 생산했다.

이 중 총 727만t을 수출했다. 44.6%를 수출한 것이다.

수입 물량은 123만t이었다. 그만큼 국내에서 남아도는 물량을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밀어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통상 냉연업계에서는 수출 물량에서 수입 물량을 뺀 물량을 공급과잉 물량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 물량이 수출 물량을 초과할 정도로 국내 수요가 많은 열연강판과 후판 제품의 시장 사정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 샌드위치 신세

냉연업계는 그나마 수출을 통해 '자기 방어'를 해 왔지만 최근 저가 중국산 물량의 수입이 갈수록 늘어나 시달리고 있다.

순수한 냉연강판은 지난해 수출이 353만t으로 전년 대비 2.0% 줄었으나 수입은 중국산 등을 포함,47만2000t으로 40.9%나 급증했다.

냉연 제품의 원자재인 열연강판을 포스코나 일본 제철업체에서 구입해 쓰는 취약함도 안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허약한 수익 구조의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최근 냉연업계에 판매하는 열연강판 가격을 t당 4만원 인상했으나 냉연강판 가격은 t당 2만원만 올렸다"면서 "포스코 냉연강판 가격을 반영해 냉연강판을 파는 냉연업계로서는 앉아서 t당 2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라고 토로했다.


◆ 구조조정 신호

포스코가 동부제강을 인수하면 계열사인 포항강판(연산 97만t)을 포함해 냉연부문 연산 능력이 지난해 1404만t(강관 선재 제외)에서 1882만t으로 확대된다.

국내 전체 냉연제품 생산량 3041만t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에서 61%로 높아진다.

반면 동부제강이 포항강판을 인수하면 478만t에서 572만t으로 연산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2위인 현대하이스코를 따돌리고 확고한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가 인수한 옛 한보철강의 당진 냉연공장(연산 200만t)을 정상 가동하면 연산 능력이 470만t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동부제강이 포항강판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홍열·이상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