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진 보험업법 개정안(改正案)의 윤곽이 드러났다. 보험개발원이 어제 공청회에서 밝힌 보험제도 개편방안을 보면 보험회사가 종합금융서비스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보험사의 타 금융업무 취급을 확대하고 부수업무도 늘려 주기로 한 것이 그 골자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검토했던 방안과 비교하면 반쪽짜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생·손보 겸영 허용과 보험설계사의 1사 전속제 폐지, 그리고 지급결제 업무(어슈어뱅킹) 등 논란이 컸던 사안들이 모두 중장기 과제로 넘어가고 말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원래는 생보와 손보, 제3보험 등으로 구분돼 있는 보험사들의 업무영역을 없애 생보사도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손보사도 변액·연금보험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지만 일부 보험사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검토과제로 넘겨졌다. 보험설계사 전속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반면 지급결제업무의 경우 보험사들이 의욕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은 기득권 고수라는 벽을 넘지 못한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신 예금·적금 상품을 보험사 지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이 추가됐다. 현재 시행중인 은행의 방카슈랑스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보험사에 은행 상품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그런 의미다. 그 외에 자회사로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됐고, 모든 파생상품거래가 허용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런 부분들은 현재와 비교하면 나름대로 진전(進展)됐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당초 국내 보험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정부 취지에 비추어 보면 뭔가 본질이 빠진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구조조정 없이 보험사의 대형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이런 식으로 가서는 전문화(專門化)에서도 밀려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개편방안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구조적인 변화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금융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대목이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없이 단지 취급 업무만 늘어난다고 보험사가 종합금융회사로 발전한다는 보장은 솔직히 없다. 보험사도, 정부도 냉정히 생각해 볼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