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협상이 오늘부터 나흘 동안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다. 우리측 김종훈 수석대표가 현지에서 밝힌 것처럼 지난 1,2차 협상이 탐색을 위한 샅바싸움이었다면,이번에는 분야별로 어떤 품목에 대해 몇 년에 걸쳐 시장을 개방할지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을 놓고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순조로운 진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양국의 구체적인 상품양허안을 비롯해 미국의 서비스·투자유보안과 우리의 개방요구 등 양측의 관심분야와 쟁점은 대부분 드러난 상태다.

특히 쌀을 비롯한 농산물과 개성공단 문제에 가려졌던 섬유 자동차 금융 지식재산권 통신 분야의 시장개방 수위와 관세철폐 단계,지난 2차 협상을 파행으로 몰고간 약가(藥價)정책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도 양국은 여전히 심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적지 않은 갈등과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우리로선 어느 것 하나 심각하지 않은 사안이 없고,확실하게 지키지 않으면 안될 시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어느 협상이든 상대가 있게 마련이고 보면,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작은 것에 얽매여 큰 것을 잃는 우(愚)를 범해선 안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3차 협상은 양국의 입장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 모색과 앞으로의 협상 진전을 위한 기틀 마련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은 한·미 FTA의 방향과 성패를 좌우할 만큼 그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보다 진전된 협상결과를 얻어내야 할 이유다.

물론 쫓기듯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금물이지만,한·미 양국 모두 시간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 기한이 내년 6월 말로 만료되고,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협정체결이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에는 어떤 형태로든 한·미 FTA 체결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측 요구의 관철 수준을 높임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미국의 협상전략에 대한 치밀한 대응방안을 세우는 것이 당면 과제다.

무엇보다 우리의 협상력만 떨어뜨리는 노동단체와 농민·시민단체들의 미국 원정 FTA 저지시위 같은 반(反)국가적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