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1000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변호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호사 시장의 변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변호사가 부쩍 늘었다.

개업 3년차인 백무열 변호사는 내년에 인도로 떠난다.

인도어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영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만 믿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그는 "중국은 물론 베트남에 진출해 상주하는 변호사들도 있다"며 "인도 진출 1호 변호사라는 선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빠른 변호사들의 경우 이민이나 해외투자 분야의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예 사법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중국의 대학 랭귀지코스에 등록하거나 주말을 이용해 일본 중국을 수시로 드나드는 변호사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모 변호사는 "뭔가 사업아이템이 없을까 하고 거의 매주 일본을 찾는다"고 털어놨다.

'기획 소송'도 변호사들의 새로운 일거리다.

그동안 기획 소송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나 소액주주운동 등 공익차원의 집단소송이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정보 유출사건에서부터 교통사고,아파트 공사현장 등 변호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법무법인 한울의 김응우 변호사는 "소송을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지만 묻힐 뻔한 사건을 적극적으로 이슈화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교통사고 현장만 좇아 다닌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미국의 '앰뷸런스 변호사'도 조만간 국내에 등장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업종을 바꾸는 '외도 변호사'도 출현했다.

고참 변호사 밑에서 1년 정도 일해본 박모 변호사는 보험설계사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적이 있다.

변호사란 직업 자체에 회의를 느끼다가 현장에서 온 몸으로 부대낄 수 있는 보험설계사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일은 고된 반면 보수는 기대에 못미치자 얼마 전 변호사 명함을 다시 팠다.

변호사직을 접고 보험설계사 일을 한 지 9개월 만이다.

박 변호사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예도 있다.

개업 3년차인 정모 변호사는 '뚜쟁이'로 활동 중이다.

변호사를 사위로 맞고 싶다는 수백억원대 재산가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아예 중매를 부업으로 삼은 것.그의 수첩에는 예비신부들의 학벌과 용모 성격 등이 빼곡히 적혀있다.

"잘만하면 몇개월치 수임료에 버금가는 짭짤한 수입을 챙길 수 있어요.

이참에 중매 전문으로 나설까 고민 중입니다."

농담투로 얘기했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사례다.

그렇지만 매년 수백명씩 경쟁자들이 쏟아지는 데다 경기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변호사 자격증 만능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변호사=성공 보증수표'라는 공식은 옛말이 돼가고 있지만 서울대 앞 신림동 등 고시촌은 여전히 북적인다.

"변호사 만한 직업이 있느냐"는 것이 시험준비생들의 주장이다.

특허전문 법무법인 다래의 민현아 변호사가 그런 경우다.

5년간 다니던 포스데이타를 그만두고 사시에 도전한 이유를 그녀는 "이공계 출신으로 직장 내 한계를 느낀 이유도 있지만 변호사는 평생 직업인 데다 사회적 평판도 좋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