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실시한 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 공모에서 최고령 도전자로 기록돼 화제가 됐던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67).그는 2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1차 체력테스트에 참가,'인생 마지막 도전'의 첫 관문을 가볍게 넘었다.
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 6곳에서 동시에 실시한 3.5km 달리기에서 정 명예회장은 합격 제한선인 23분보다 훨씬 앞선 18분32초 기록으로 여유 있게 통과했다.
요즘도 자전거를 타고 전국 오지(奧地)를 돌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그는 "이번 체력 평가에 대비해 한 달간 여의도와 잠실,하와이 등지에서 달리기 훈련을 했지만 연습에 비해 기록이 못 나왔다"며 오히려 아쉬워했다.
"젊은이들과 당당히 경쟁해 꼭 우주행 티켓을 따낼 겁니다.
거기서 과학 실험을 하는 게 임무라던데,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어요.
그게 나이가 든 저로서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패기와 열정을 내비치는 정 명예회장은 "일단 앞만 보고 갈 생각"이라며 "다음에 있을 필기시험에 대비해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학부와 대학원(산업공학 석사)에서 공부하면서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해 영어에 능통하지만 시험 앞에선 언제나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삼성전자 사장을 역임한 정 명예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1969년 삼성전자에 입사,삼성전관(현 삼성SDI) 사장,삼성물산 부회장,삼성항공 부회장 등을 거친 삼성의 대표적 엔지니어 출신 CEO다.
삼성을 나온 뒤엔 조선호텔과 신세계 회장을 지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부인이며 정용진 부사장이 장남이다.
부친 정상희씨는 3·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냈다.
이날 1차 테스트에 참가한 3325명 가운데 통과자 3176명(남자 2756명,여자 420명)은 이후 영어 및 종합상식 시험과 신체 검사 등을 거쳐서 올해 안에 2명의 우주인 후보가 선정된다.
이 둘은 다시 2007년 초부터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기초훈련,우주적응훈련 및 우주과학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훈련 등을 받은 후 최종 1명이 2008년 4월께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