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의 장기파업으로 포항제철소 내 공사를 스스로 포기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포항지역 전문건설업체에 공사물량을 맡기는 포스코건설은 3일 "포항제철소 공사만 전담하는 포항건설협의회 소속 D기공 S엔지니어링 등 기계분야 2개 업체가 석 달째 노조 파업으로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은 전무한 반면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용으로 매달 5000만원 이상 지출하다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공사계약 해지 요청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1970년 포항제철소 건립공사가 시작된 이후 포항건설협의회 소속 건설업체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경우는 처음이다.

포스코건설은 파업이 계속되면 기계,전기,배관 등 100여개에 이르는 전문건설업체 전체로 공사포기사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건설협의회는 이미 지난달 31일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에 사업권을 내주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

D기공 이 모 사장(60)은 "노조 파업 두 달간 돈을 빌려가며 직원들의 월급을 맞추려 노력했는데 파업이 계속돼 이젠 돈 빌릴 데도 없다"며 "지난 10년간 일해온 공사현장을 노조파업에 떼밀려 떠난다는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S엔지니어링 오 모 사장(49)도 "원청업체와 맺은 공사계약을 포기하면 최소 1년 이상은 공사를 다시 맡을 수 없다"면서 "파업 때문에 안정적인 공사물량까지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 경영진의 심정을 노조는 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포항건설업체가 포스코 현장에서 철수하게 되면 3500여명의 노조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포스코도 포항건설노조와는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서희건설과 파이넥스 3차 공사계약을 체결,4일부터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서희건설은 포항지역 비노조원들과 전국 각지의 근로자들을 공사현장에 투입키로 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