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을 앞두고 쌀 콩 쇠고기 등 전체 농산물의 20%에 달하는 284개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로 하고 나머지는 15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대해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에 대해 10년 내 관세를 철폐하겠다며 '예외 없는 개방' 원칙을 강조,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또 자국의 취약품목인 섬유에 대해 10년 내 관세철폐를 주장한 데 반해 한국은 5년 내 철폐하겠다고 맞서 힘겨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 국회 한·미 FTA 체결 대책특위에 참석,이 같은 내용의 '한·미 FTA 3차 협상 대응 방향'을 보고했다.

양국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미국 시애틀에서 3차 협상을 갖는다.

이에 앞서 양국은 상품 양허안(8월15일),서비스·투자 유보안(7월11일),금융서비스 유보안(8월31일)을 각각 교환했다.

◆ 美,"섬유 관세 철폐 늦춰야"

미국은 상품 양허안에서 쌀 콩 등 모든 농산물에 대해 '즉시-2년-5년-7년-10년' 등 5단계로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쌀의 경우 맵쌀 현미 쌀가루 등 10가지 품목(관세분류코드 HS 10단위 기준) 중 대부분을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양허안은 상대방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자국이 어떻게 개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미국이 이처럼 농산물을 예외 없이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협상에서 한국측에 같은 수준으로 개방하라고 압박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해 한국은 1531개 농산물 품목 중 관세철폐의 예외 적용을 받는 '기타 품목'에 284개(19.6%)를 포함시켰다.

쌀 콩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고추 마늘 양파 사과 배 포도 감귤 복숭아 등이 모두 여기에 들어갔다.

또 관세철폐 이행 기간을 '즉시-5년-10년-15년-기타' 등 5단계로 분류했다.

한국의 관심품목인 섬유와 관련,미국은 '즉시-3년-5년-10년-기타' 등 5단계 개방안을 내놨다.

또 관세철폐보다 원산지규정 강화 등을 먼저 다루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관세철폐부터 다루자며 '즉시-3년-5년' 철폐를 제안했다.

한국은 또 3차 협상에서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 세제는 폐지할 수 없으며,'포지티브 시스템'을 뼈대로 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당초 방침대로 올해 안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 韓,개성공단 인정 압박키로

양국은 서비스 유보안(개방 제외 리스트)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제시,입장 차이가 컸다.

한국측은 △방송 전력 우편 등 공공 분야 △법률 회계 세무 건축 의료 약국 등 전문 분야 △운송 도박 등 100여개 서비스를 개방에서 제외했다.

이는 한·싱가포르 FTA의 81개 서비스보다 많은 것이다.

또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도 유지하기로 했으며 통신 기술표준에 대한 정부 개입도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은 이와 함께 3차 협상에선 미국측에 역외가공 방식을 인정한 FTA 사례 등을 제시하며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를 인정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보안에서 핵발전연료업,내항해운 등을 유보 대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측은 3차 협상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농협 수협 축협 등에 대한 규제를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